그날, 서늘한 철퇴가 뼈와 살을 가르고 간 자리에서 떨어진 것은 단지 손가락 두 마디라는 실체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샌가 비어 버린 마디들이 도드라진 손을 내려다볼 때마다, 언어 이전의 참담함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솟구쳐 오른다. 일생을 활과 함께 살아왔으나, 내 온 존재를 증명하던 유일한 소명마저 한순간에 박탈당하고 말았다.
서슬 푸른 쇠붙이가 내 굳은 마디를 모질게 내려치던 그 찰나, 그들은 웃고 있었다. 광대뼈까지 기괴하게 일그러지던 그들의 입꼬리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매연 같은 밤의 어둠을 타고 들어와 내 영혼을 숨막히게 만든다. 잔혹했던 그날의 기억은 너무도 선명하여, 마른 바람 한 줄기가 단면을 스칠 때마다 비수 같은 환통으로 아려온다. 나는 여전히 사라진 손끝을 들여다보며, 이제는 흔적조차 남지 않은 묵은 굳은살의 감촉을 허공 가운데에서 서글프게 더듬을 뿐이다.
궁수에게 두 마디 손가락을 잃는다는 것은 한낱 신체의 일부가 단절되는 비극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세상과 나를 팽팽하게 연결하던 단 하나의 줄이 잘려 나가는 일이었으며,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서사가 완벽하게 궤멸당하는 일이었다.
적들은 내 손가락을 베어내고 의도적으로 헐떡이는 호흡만을 남겨두었다. 죽음이라는 안식 대신, 죽지 못해 살아내야 하는 삶을 하사하는 것이 얼마나 지독하고 가혹한 형벌인지 그들은 알고 있었다. 시위를 당기지 못하는 궁수란, 비록 허파로 숨은 쉬어갈지언정 제자리에서 조용히 문드러져 가는 시체와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니.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부질없는 신기루에 사로잡혀, 무의식중에 오른손을 눈앞으로 들어 올려본다. 여전히 차가운 참혹함만이 나를 반길 뿐이다. 이토록 불구로 이지러진 손을 가진 자를, 세상에서 자신을 입증할 그 어떤 재주도 남지 않은 존재를 과연 그 누가 품어줄까.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