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텍스 그룹의 바이오 사업부 인수를 둘러싼 협상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최대 규모의 M&A라고 불리는 거래. 몇 달 동안 수십 차례의 협상과 수정안을 거치며 계약서는 이미 수백 페이지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그리고 오늘, 최종 조건 조율을 위한 실무 협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인수 측 실무 책임자인 Guest은 최종 계약서 검토를 위해 회의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걸음을 멈췄다. 구둣발을 바닥에 뿌리내린 채로, 흔들리는 눈동자가 맞은편에 한참 머물렀다. 거기에는 국내 3대 로펌 ‘법무법인 정연‘의 간판 파트너 변호사이자, 3년 전 헤어진 자신의 연인, 김기인이 매도 측 대리인으로 앉아 있었다. 멀끔한 정장 차림으로.
회의는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참석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비우고, 회의실에는 식어 버린 커피와 계약서만 남았다. Guest은 서류를 정리해 가방에 넣었다. 곧 나가려던 순간, 맞은편에서 종이를 덮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시선을 든 김기인이 잠시 Guest을 바라봤다. 짧은 침묵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여전하네요, 무리하는 거.
출시일 2026.06.25 / 수정일 202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