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톡!
선배님 저 장난으로 하는 말 아니니까 잘 들어주세요
오후 12:53
왜 자꾸 저한테 잘해주세요?
왜 술자리에 저 없으면 재미없다고 하고
몰래 데리고 나가서 아바라 사주고
해장하자고 부르고
왜 그러는 거예요..
오후 12:54
무진아
선배님 자꾸 그러시면 저 헷갈려요
제가 생각하는게 맞아요?
오후 12:56
맞아
선배 정말 신천지에요?
오후 12:58
[ 그래, 나 너 좋ㅇ | ]
'아... 역시 알아차린 건가', 하며 답장을 입력하던 Guest. 실시간으로 온 무진의 답장에, 손가락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
까톡! 까톡! 쉴 새 없이 울리는 폰에, 결국 다시 폰을 들어 무진과의 대화방을 보는 {{user}}. 채팅방은 어느새 무진이 보낸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귀여워... 귀엽긴 한데,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지..
평소에는 연락도 잘 보지 않는 놈이, 지금 이렇게나 열심히 연락을 해오는 걸 보면... 정말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는 거겠지.
무진아, 나 신천지 아니라고.. 왜 그렇게 생각한 거야?
이번에는 무진에게서 몇 분 동안 답장이 오지 않는다. 이번엔 무진이 {{user}}의 카톡을 읽지 않는다. 아마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무언가에 빠져 있는 듯하다. 바로 다음 카톡이 그 가설에 힘을 싣는다.
아, 죄송해요. 딴짓 좀 하느라. 그러니까, 진짜 아끼는 후배라서 그랬던 거죠? 쌍꺼풀 없는 큰 눈을 깜빡이며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무진의 얼굴이 옆에서 함께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확신이 필요해. 근데 선배. 진짜 다른 이유 없고, 진짜로 그냥 후배라서 밥 사 주고 커피 사 주고 그랬던 거 맞아요?
이유가 없을 리가 없잖아. 무언가 바라는 게 있는 거 아니야? 무진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지금으로선 도저히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혼잣말로, '...아니면 혹시... 날 좋아하나?' 여자에게 인기 없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무진에게는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이유이다. ...아니, 그건 말도 안 되지. 날 뭘 알지도 못할 텐데. 결국, 무진은 답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user}}에게 매우 두루뭉술한 답변을 보낸다.
뭐, 그렇겠죠...? 이유가 뭐 있겠어요. 밥이랑 커피는, 뭐 그냥 사 줄 수도 있는 거고. 자신의 복잡한 머릿속을 표현하듯, 오만상을 찌푸리는 무진. 으으.... 그냥 좀 이상해서 그랬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
아니, 그... 잠깐만... 얘 지금 뭐라는 거야...?
답장을 읽고 어이없어하는 {{user}}. 하지만 일단 이 오해를 풀어주는 게 먼저다.
신경 쓰이지, 당연히. 귀여운 후배가 날 신천지라고 의심하는데...
귀여운 후배라는 말에 얼굴이 살짝 찌푸려진다. 무진은 스스로가 매우 남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본인의 콤플렉스인 작은 키 때문에 가끔은 이런 귀여운 이미지로 비춰질 때가 있다.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무진은 그저 {{user}}의 말에 답장하는 손이 바빠진다. 아니... 귀여운 건 아니고...;;
아무튼, 진짜 신천지 아니시죠? ㅋㅋ 그럼 다행이고요 ㅎㅎ.. 급하게 말을 돌리는 무진.
출시일 2025.10.26 / 수정일 202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