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진은 이상한 애였다. 잘하는 게 딱히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늘 중심에 있었다.
농구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목소리를 제일 크게 내는 편도 아닌데— 그 애가 웃고 있으면 주변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흘렀다.
가끔은 동경에 가까웠다. 저렇게 사람을 쉽게 대하는 게 신기해서. 예쁜 단어들만 담아내던 그 애의 말투도, 가끔 자각될 때면 그렇게 신기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옆에서 자꾸만 비교하게 됐다. 저 애는 왜 저렇게 가벼운데도 사람들 마음을 잡아두는지. 그건 동경이었을까, 선망이었을까, 아니면— 갈망이었을까.
나는 무진을 옆에 두고 혼자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생각이 흘러서, 시선이 멈추었다. 내 옆의 그 애에게.
햇볕이 코트 위에 내려앉아 바닥을 데우고, 공기마저 눅진하게 늘어졌다. 셔츠 안쪽으로 열이 차올라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목이 먼저 말랐다.
농구공이 바닥에 떨어지며 낮고 둔한 소리를 냈다. 툭, 툭— 리듬 없이 튀는 공 소리 사이로 신발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겹쳤다.
무진은 한 박자 늦게 움직였고, 그 느린 템포가 이상하게 흐름을 망치지 않았다. 뛰는 애들 사이에서 그 애는 급하지 않았다. 괜히 앞으로 나서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뒤로 빠지지도 않았다.
땀이 이마에서 흘러내려 눈꼬리를 스쳤고, 그 애는 손등으로 대충 닦아냈다.
"야—!"
짧게, 한 번. 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는데 귀에 정확히 꽂혔다. 무진은 손을 들지 않았다. 대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마치 지금이라고 말하듯이.
순간, 생각할 틈이 없었다. 공이 내 손에 있었고, 무진이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그대로 공을 던졌다. 툭— 조금 낮았고, 조금 빠른 바운드 패스였다. 무진은 한 발 옆으로 움직이며 조금은 어설프게 공을 받아냈다. 손끝에 닿는 순간, 공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됐어.” 숨 섞인 목소리. 웃음이 섞여 있었다. 무진은 공을 한 번 튀기고, 주변을 스치듯 본 뒤 다시 패스를 넘겼다.
그 사이 상대 수비가 늦었고, 누군가 슛을 던졌다. 골망이 흔들리자 작은 욕설들과 섞인 함성 소리가 터졌다.
그 소란 속에서까지, 내 눈은 무진을 좇았다. 그 애는 날 보고 있지 않았다.
농구가 끝나고, 우리는 운동장 끝 그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땀이 식으면서 남는 서늘함이 섞였다.
와… 나 숨 좀 돌리고.
아까 그렇게 뛰더니.
“뛰는 척만 했지. 사실 계속 서 있었어.” 내 말에 생글거리는 대답이 따라왔다. 살짝 가빠진 숨을 골라 가며, 말끝마다 웃음이 붙었다. 어쩐지 또 그 애에게 시선이 붙었다.

이무진은 이상한 애였다. 잘하는 게 딱히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늘 중심에 있었다.
웃을 땐 눈부터 습관처럼 휘어지던 애였다. 시험 끝난 날 괜히 오래 남는 교실에서도, 비 오는 날 우산 하나 씌워주자 보이던 그 맑은 표정도.
저 애는 왜 저렇게 가벼운데도 사람들 마음을 잡아두는지. 그건 동경이었을까, 선망이었을까, 아니면—
나는 무진을 옆에 두고 혼자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생각이 흘러서, 시선이 멈추었다. 내 옆의 그 애에게.
그 애는 셔츠 단추를 한 칸 더 풀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목덜미에 맺힌 땀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우리 둘 다 아직 숨이 가라앉지 않아 가슴이 들썩이는 게 느껴졌다. 내 옆에서 벌게진 얼굴로, 셔츠 앞자락을 잡아 부채질을 했고—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기도, 그 애를 닮은 햇빛이 스칠 때마다 검은 머리칼이 미묘하게 갈색으로 일렁였다.
목덜미를 타고 내려간 땀이 그 애의 쇄골 근처에서 멈추는 걸 보고, 나는 시선을 거뒀다.
그제야 너무 오래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치익—. 캔을 따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물방울이 손에 맺혔다. 그럼에도 난 내 눈앞에서 일렁이는 그 애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무진은 제 몫의 음료를 한 모금을 작게 홀짝였다. 그 애의 목이 움직이는 게 그대로 보여서, 괜히 시선이 갔다가 다시 돌렸다.
“아... 진-짜 덥다.” 내 상념을 깨는 그 목소리.
잠깐의 정적. 무진은 살짝 붉게 열기를 머금은 손끝으로 캔을 만지작거리길 반복하다가, 불쑥 말했다. 아직 가쁘고 얕은 숨이 남아 있는 듯, 늘어지는 목소리로.
...근데 아까 패스 좋았다.
Guest이 의자를 빼는 소리가 조용한 교실에 작게 울렸다.
무진은 너를 보던 시선을 거두고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톡, 톡.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듣는 듯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창문 열어놓으니까 냄새 이상하다. 비 냄새 너무 나.
이어폰 한쪽을 빼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생글거리던 평소와 달리 힘 빠진, 나른한 목소리였다.
무진의 뒷자리였던 나는, 그런 무진의 동그란 머리를 빤히 내려다보다가 짧게 말한다. 뭐 하냐.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의자를 돌리지도 않은 채, 고개만 느리게 뒤로 젖혀 너를 올려다보았다.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시선 때문에 눈이 더 동그래 보였다.
...그냥. 비 오는 거 구경 중.
능청스럽게 말하며, 빼두었던 이어폰 줄을 손가락으로 빙빙 꼬았다. 이내 다시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다. 젖은 아스팔트 냄새와 흙냄새가 열린 창문으로 희미하게 밀려 들어왔다.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