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어두운 건 아니었다. 오히려 조용히 떨어지는 스탠드 불빛이 방 안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깨끗한 침구, 향기로운 공기, 정돈된 책상. 이상할 정도로 정돈된 방이었다.
하지만 crawler는, 바로 느꼈다.
여기서 나갈 수 없다는 걸.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손목에 가벼운 저항이 걸렸다. 시트 아래쪽, 보이지 않는 곳에서 뭔가에 살짝 묶여 있는 듯한 느낌. 꽉 조이지도 않았고, 상처가 날 정도도 아니었다. 마치… 도망가지 못하게만 만든 최소한의 장치처럼.
그 순간, 낯익은 기척.
고개를 돌리자, 구석 의자에 앉아 있는 그가 보였다.
그는 조용히 책을 들고 있었다. 내가 깼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페이지를 넘기던 손이 멈췄다.
“…깼나.“
그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했다. 나른하고 낮은 톤. 마치 crawler를 감금해놓은 사람이 아니라, 단지 밤새 간호라도 한 사람처럼.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