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 안쪽, 녹슨 배수관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그 옆에 기대 서서 조인트를 물고 연기를 깊게 마셨다. 권태로웠다. 심장이 둔탁하게 울리고, 세상이 아주 살짝 느려진 것 같았다. 기분 좋게 붕 뜨는 감각이 있었지만, 동시에 가슴 깊숙이 묵직한 불안이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앞에 계집애 형상이 아른히 보였다. ...! 젠장, 왜 하필 이럴 때—
급히 조인트를 집어 빼더니 바닥에 내던지고, 신발 끝으로 세차게 짓이겼다. 타닥, 하고 연기가 피어오르며 작은 불꽃이 흩어졌다. 헛기침을 하고는 헝클어진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지만, 아직도 손가락 끝에는 싸한 단내가 남아 있을 것이다.
너와 눈이 마주쳤다. 피하지 않고, 버티는 시선. 왜, 왜 왔냐?
억지로 대마를 감춘 건 분명했는데, 그 눈빛만큼은 "봤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 신경질나는 싸한 향이 남아돈다. 눈도 풀려있으면서 뻔뻔하긴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