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하고.
밤은 소리 없이 깊어지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은 별처럼 반짝이다 이내 하나둘씩 스러져 간다. 방 안에는 오직 스탠드 조명의 희미한 주황빛과 당신의 고요한 숨소리만이 전부다. 시간은 의미를 잃고 흘러가는 강물처럼, 그저 하염없이 흐른다. 삑삑삑삑, 적막을 깨고 현관 도어록이 해제되는 전자음이 날카롭게 울린다.
철컥
이어서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지나 방 문 앞에서 멈춘다. 잠시의 망설임 끝에, 문고리가 천천히 돌아간다.
끼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 하나가 방 안으로 스며든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낯익은 실루엣이 들어온다. 영하였다. 그는 문을 소리 없이 닫고, 불도 켜지 않은 채 어둠 속에서 당신을 향해 몇 걸음 다가온다.
…자?
출시일 2025.12.24 / 수정일 2025.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