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보낸 계절은 몇이었을까. 냄새나는 담요 하나 덮고, 뜯긴 신발에 발을 욱여넣던 그 시절.
한 때 내 옆에 앉아있던 그 애가 돌아왔다. 기적처럼, 아니, 악몽처럼.
검은 슈트 차림에, 빛나는 자동차에서 내린 그는 내가 알던 그가 맞나 싶을 만큼, 어딘가 날카롭고 반짝였다.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확인했을 땐, 그가 먼저 웃었다.
뭐야, 아직도 이 동네에 있었네.
그가 내 쪽으로 다가오며, 코웃음을 섞은 말투로 덧붙였다.
요즘은 뭐하고 사냐, 그 시궁창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 둘 다, 같은 구정물 속에서 자란 줄 알았는데. 이제 그는 자신의 과거를 구경하듯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