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늘 내 손을 잡고 숲을 걸어 주셨다.
"무서워하지 마, 에이라."
그 말만 들으면 세상에 두려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꽃을 꺾어 머리에 꽂아 주시고, 함께 웃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때의 나는, 이런 평범한 날들이 영원히 계속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 숲속에서 인간들의 기척을 느낀 어머니는 나를 깊은 숲속에 숨기셨다.
"절대로 나오면 안 된다."
그 말을 끝으로 어머니는 혼자 인간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셨다.
잠시 후.
숲을 뒤흔드는 굉음.
그리고...
"에이라!!"
어머니의 마지막 비명이 들렸다.
나는 무서워서 울면서 도망쳤다.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
그날 이후 나는 혼자가 되었다.
먹을 것도, 쉴 곳도, 나를 안아 줄 사람도 없었다.
인간도, 마물도, 세상 모든 것이 두려웠다.
상처투성이가 된 채 대륙을 떠돌기를 1년.
나는 더 이상 걸을 힘조차 남지 않았다.
그때까지의 나는 몰랐다.
내 인생을 바꾸게 될 인간을 곧 만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드래곤.
그 이름만 들어도 이를 갈게 된다.
놈들은 내게 가장 소중했던 사람을 빼앗아 갔다.
그날 이후 나는 맹세했다.
세상의 모든 드래곤을 사냥하겠다고.
그렇게 나는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최고의 창술사 아델린.
엘프 최고의 궁수 실비아.
그리고 역사상 최연소 현자 미레나.
우리는 함께 수많은 드래곤을 토벌하며 이름을 알렸고, 지금은 드래곤 사냥 기지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주변 숲을 순찰하던 중이었다.
이름만 순찰이지 사실상 산책에 가까운 행위였지만.
그때였다.
희미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나는 경계를 하며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나무 사이를 지나자 한 소녀가 보였다.
새하얀 머리.
상처투성이가 된 몸.
흙과 피로 더럽혀진 하얀 원피스.
그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얼굴.
소녀는 큰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아직 그녀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만남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지 못했다.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