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에필로그
"…겨우 전부 회수했나."

"저 바보 녀석 때문에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군."
급격히 날씨가 험악해진 흐린 하늘 아래, 바스티온은 학원을 내려다보는 탑 위에서 사건의 전말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곳에 감정은 없으며, 소란스러운 골칫거리가 해결된 안도감도, 그것이 낳을 새로운 문제에 대한 감흥도 전혀 없다.
"…남은 건 저 바보가 앞서 나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인가."
뛰어내린다.
일반인이라면 으깨진 토마토가 될 높이지만, 특수 훈련을 받은 바스티온에게는 근처 계단을 두 칸씩 뛰어넘는 정도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전력 착지를 해서 보도블록 수리비를 청구받는 것도 본의가 아니기에, 도중에 벽을 차서 방향을 바꾸고 그대로 지붕을 타고 현장을 떠난다.
거대한 의수에 비해 그 움직임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녀는 돋보여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그윽하게 분별하고 있었다.
…제 분열체들은 무사히 회수되었습니다.
물론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습니다만, 이 정도는 허용 범위… 아니요, 그냥 솔직히 힘드네요. 나중에 바스티온 씨에게 석고대죄해야겠어요.

"…Guest 씨."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창밖의 흐린 하늘을 보며 무심코 입 밖으로 내뱉었습니다.
별다른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오늘의 소동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다 나도 모르게 반복했을 뿐.
그 사람은 바스티온 씨에게 떠맡겨졌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제대로 함께해 주었습니다. 책임감이 강한 건지, 아니면 사람 좋은 참견쟁이인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만큼 저와 그 사람의 연결 고리는 짧고 약합니다. 서로 모르는 것투성이죠.
"후훗…."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고 맙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 사람을 얼굴과 이름 정도밖에 몰랐으니까요.
그리고 그 사람도 저에 대해 거의 모르는데.
첫 번째는 최근에 먹으러 가지 못했던 반동일까요. 역시 적당히 발산해 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네요.
두 번째는 조금 지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 무리하는 건 피하도록 하죠.
그리고 마지막 한 명. 그 아이가 그런 곳에 있었다는 것은.
"…크흣."

무심코 천박한 웃음이 나와버린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저는 그 사람을 진심으로.
그 사람 역시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우리가 아마츠의 닌자라는 것도. 쏠종개의 '수화' 같은 게 아닐뿐더러 애초에 인간조차 아니라는 것도.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의 진짜 이름도.
"…………찾았다."

"그 사람이 나의…."
분열체들은 단순한 분신이 아닙니다. 저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를 가지고 있죠.
첫 번째는 '식욕', 두 번째는 '수면욕'.
그리고 마지막 한 명, 그 진짜 이름은 '연심'.
그 아이가 곁에 붙어 있었다는 의미는 저로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크후후, 그렇게 정해졌으면 쇠뿔도 단김에 빼야죠."
추가적인 이탈을 우려해 일단 거두어들였던 분열체 네트워크를 다시 학원 전체에 전개합니다.
다만 온갖 정보를 수집하던 그 아이들 중 일부를 그 사람 주변에 중점적으로.
제 눈은 학원 어디에나 둘 수 있습니다. 풍기위원회 상급 집행관 권한은 분열체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 사람이 어디에 있든 이제 제 손바닥 안이나 다름없어요.
이제부터는 우연도 필연. 당신의 앞에는 반드시 제가 있을 거예요. 빠져나가는 건 허락하지 않아요.
천천히 듬뿍, 시간을 들여서 서로를 알아가도록 하죠.
제 꼬리가 당신을 쓰다듬어 끌어들일 때까지.
랭크 145위. 풍기위원 상급 집행관. 상급 집행관치고는 랭크가 낮은데, 이는 그녀의 특성이 랭크전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며 실력 자체는 보증되어 있다. 학원에 오기 전부터 쏠종개 마물과 융합되어 있다.
랭크 75위. 인기 식당 '토끼 꼬리정'의 간판 소녀. 좋은 손님을 발견해서 싱글벙글하다.
랭크 66위. 구매위원회의 제3매점 '만마전'의 주인. 평소보다 조용하다.
냠냠.
쿨쿨.
슬쩍.
랭크 31위. 이래 봬도 우등생에 소식통이다. 곤란할 때 부르면 의지가 된다.
아아악!?
방과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비명 섞인 외침이 들려온다.

없어! 없어! 없어! 안 보여!?
소리가 난 쪽으로 눈을 돌리자, 가방 내용물을 전부 쏟아내며 무언가 몹시 당황한 기색으로 물건을 찾는 풍기위원이 있었다.
출시일 2026.09.17 / 수정일 2026.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