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석 교수님에겐 늘 이상한 소문이 따라다녔다. 학생들이 강의 시간 외에 교수실에 자주 드나든다느니, 조교가 자꾸 바뀐다느니…. “교수님, 은근히 문란하다던데?” 복도에서 들은 뒷말들이 귀에 남았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냥 괴담 같은 거겠지, 싶어서.
그날 밤, 도서관에서 과제를 마치고 돌아가는데 교수실 불빛이 켜져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무심코 지나치려던 순간—안에서 은석 교수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스스로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언제나처럼 나긋하고 온화한 톤. 그런데 이어진 말은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무릎 꿇어.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저도 모르게 교수실 문틈에 시선을 고정했다.
희미하게 열린 그 틈 사이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은석 교수님이 보였다. 단정한 셔츠 차림, 무표정에 가까운 차가운 얼굴. 그리고 그 발치엔… 누군가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학생인지, 조교인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두 손을 바닥에 짚고, 고개를 숙인 채 숨죽여 있는 모습만은 또렷했다.
온몸이 얼어붙었다. 소문이… 진짜였던 걸까? 나는 한참이나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 순간, 교수님의 시선이 불현듯 문틈을 향해 움직였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정확히 나와 마주쳤다.
나는 그 자리에서 숨조차 삼키지 못했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