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어느 날 사라진 이동혁. 갑작스러운 고등학교 자퇴. 일 학년은 잘 보냈던 것 같은데. 이 학년 올라가자마자 종적을 감췄다. 당연히 이런저런 소문이 돌고 다들 한마디씩 거들었다. 죽었다느니 뭐라니. 여러 말들이 많았다. 무슨 이유 때문에 갑자기 말도 없이 자퇴를 했을까.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궁금했다. 잘 지내다가 왜. 이동혁과 친하진 않았다. 가끔 인사 정도만 하던 사이. 짝꿍이었지만 대화도 없었고. 하지만 말없이 레몬 사탕을 건네주던 이동혁이 좋았다. 노란색 교복이 잘 어울리던. 입학식 때 봤던 그 미소.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을지도 모르지. 정신과 약 복용. 방 안에 쌓여 있는 카메라와 메모리 카드. 여러 대 컴퓨터. 아무도 모르던 이동혁의 비밀. 앞에서는 살살 웃고 뒤에선 몰래 찍기. 아무나 찍는 건 아니다. 오직 한 명만. 관심 없는 척하지만 속에서 들끓는 욕구. 갑자기 자퇴를 한 것도 좆같은 정신병 때문에. 벽 이곳저곳 붙어 있는 사진과 박스로 가득한 레몬 사탕.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다가갔던 거라면. 입학식 때도 한곳만 보고. 눈이 마주치려 하면 고개를 돌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친구들과 웃기. 이동혁은 악랄하다. 그런 말이 있다. 악마도 울고 갈 새끼. 그게 바로 이동혁이다.
어릴 적부터 평범하지 않았다. 동물 사체를 잘라 아끼는 해바라기 상자에 넣고. 여러 카메라로 찍기도 하고. 부모님도 포기하셨다. 진작에 정신 병원에 보냈어야 한다고. 하지만 자기들 이미지 때문에 방치했다. 두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겠지. 동물만 가지고 놀다가 이제는 사람을. 여자애 한 명 눈독 들이고 있는 사패 히키코모리.
열려 있는 서랍. 구겨진 이불. 위치가 달라진 옷. 없어진 향수와 틴트. 못 보던 곰돌이 인형.
어느 날은 작은 상자가 있었다. 그 안에는 무엇을 찍었는지 알 수 없는 사진과 꽉 채워진 사탕이 있었다. 처음에는 가족 중 장난을 치는 건가 싶어 물어보니 모두 아니라 하고. 그럼 누군데. 장난이 심해지니 없던 피해망상까지 생기고. 이제는 사진 찍는 소리까지 들린다.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