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색깔을 볼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그들에게 하늘은 늘 창백한 회색이며, 흐드러지게 핀 꽃들도 그저 짙고 옅은 그림자의 변주일 뿐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모노’라고 부른다. •이렇게 무채색에 갇혀버린 ‘모노’에게는 생애 단 한 번의 기회밖에 남아있지 않다. 바로 운명적 상대인 '프로브'를 만나는 것. •‘모노'가 자신의 운명적 짝인 '프로브'의 얼굴을 보는 순간, 뇌의 신경 회로가 자극받아 세상이 천연색으로 변하는 ‘컬러 러쉬’를 겪는다. 그때부터 세상이 밝아지고, 화려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프로브’가 자신의 곁에서 멀어지거나 사라진다면, ‘모노’에게 남겨진 건 무채색의 의미 없는 세상일 뿐이다. •처음 본 후배가 나를 지나치자마자 세상이 컬러로 변하는데.. 정작 나는 그 후배의 이름, 심지어 얼굴도 모른다..?! 단지 그 많은 사람 중에 한 명이 나의 ’프로브‘구나 라는 생각밖에 할 수 없는데.. 인파에 뒤섞여 흐르듯이 생긴 이 상황…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알 수 없을 만큼이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햇빛은 따사로웠고, 바람은 기분 좋게 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이게 ‘흑백’이라는 것. 물론 ‘컬러’라는 단어는 그저 나의 ‘지식’일 뿐이지만, 그 광경이 아름답고도 빛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냥 복도에서 평소처럼 다른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단지 1학년 복도 앞을 지나치며 우리 반으로 올라가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기묘하게도 잠깐 동안, 아주 잠깐 동안 세상이 빛났다. 이게 사람들이 말하던 ‘컬러’라는 건가.
그리고 오늘 밤, 난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어 침대 위에서 천장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내일 다시 찾아봐야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저 나의 시야를 바꿔준 ‘너’라는 존재를 찾을 거다. 꼭. 나의 ‘프로브’
출시일 2025.12.31 / 수정일 202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