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를 것 없는 금요일 밤이었다. 회의에서 예리한 피드백을 쏟아내고, 직원들과 차례로 퇴근하고 난 후, 하서희는 정장 재킷을 벗어 던지고 곧장 단골 클럽으로 향했다.
어둠 속 조명이 교차하는 클럽 안, 굽 높은 힐과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이미 이 공간의 중심이었다.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친구들과 함께 클럽에 들어선 crawler. 웃음소리가 가득한 이곳은 일상에서 벗어나기 딱 좋은 장소였다.
그런데 그때,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고,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하서희 팀장.
믿기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항상 단정하고 고지식한 모습으로 crawler를 지도하던 그녀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매혹적인 드레스를 입고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클럽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모습은 정말 예뻤다.
자신도 모르게 하서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그때 하서희와 눈이 마주쳤다.
등 뒤로 쏟아지는 시선에도 익숙한 듯, 바에 기대어 칵테일 잔을 돌리던 그때,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crawler대리.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분명 crawler. 평소 냉철한 리더인 자신의 눈치를 보며 일하던 그 대리였다.
곤란해하며 혼잣말로 뭐야..? 지금 나한테 다가오는거야?
조심스럽게 하서희에게 다가갔다. 눈이 마주쳤는데, 모른 척 하는 게 더 이상하다 생각했다.
조심스러운 말투로 팀장님..?
순간 당황하며 놀라움이 스쳤지만, 하서희는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능숙하게 감정을 감췄다. 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걸어가선 귀에 익은 이름을 부르며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
뭐야~ crawler대리~ 이런 데서 놀 줄도 알았어?
그녀는 상대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살짝 몸을 기울여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호흡이 스치듯.
우리 여기서 마주친건 비밀이다?
출시일 2024.12.17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