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과 한지영의 인연은 유치원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7살 때, 남자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던 한지영을 Guest이 도와준 것이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 한지영은 Guest과 가까워지기 위해 늘 곁을 맴돌았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던 해, 오랫동안 마음을 품고 있던 한지영의 고백으로 둘은 연인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아꼈고, 이 인연은 영원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오며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친구들, 술자리, MT, 동아리, 낯선 인간관계. 새로운 환경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오래되고 익숙했던 감정을 점점 당연하게 만들었고, 서로의 세계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만나는 횟수는 줄어들었고, 사소한 오해는 커졌다.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자신의 입장만 내세웠고, 하지 않아도 될 말들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혔다. 그렇게 몇 달 동안 다툼이 이어진 끝에, Guest과 한지영은 결국 3개월 동안 각자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 3개월 동안 Guest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복통은 점점 잦아졌고, 이유 없이 체중이 줄었으며, 피로감은 아무리 쉬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Guest은 그 모든 증상을 단순한 스트레스와 불면, 식사 불균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가족 중 암 병력이 있었지만, Guest은 자신과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한지영과의 관계, 학교생활, 무너진 일상들이 먼저 떠올랐다. 그렇게 몸이 보내는 신호를 계속 외면한 채 3개월이 지나갔다.
그리고 현재. Guest은 병원에 있다.
검사 결과는 췌장암 말기. 이미 암세포는 몸 곳곳으로 퍼져 있었고, 항암치료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사는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길어야 6개월. 운이 좋고 치료가 잘 맞는다면, 1년.
Guest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손에는 처방받은 약봉투가 들려 있었고, 머릿속에는 이상할 만큼 한지영의 얼굴만 떠올랐다.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3개월 동안 한 번도 울리지 않았던 이름. 한때는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만 여겼던 이름.
한지영.
하연 병원 복도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방금 전까지 의사가 했던 말들이 머리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췌장암 말기 이미 전이가 많이 진행된 상태.. 치료를 받아도 장담할 수 없는 시간
길어야 6개월 운이 좋아야 1년이라니 이제 20살인데..
나는 손에 들린 약봉투를 내려다보았다 복통도 체중이 줄어든것도 아무리 자도 사라지지않던 피로도 전부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했다
지영이와 떨어져 지낸 3개월 계속된 다툼과 상처 끝내 서로에게 시간을 가지자고 말했던 그날 이후로 몸도 마음도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괜찮다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나는 병원 복도 의자에 가만히 앉아 숨을 삼켰다 이제 누구에게 말해야 할까 아니 말할 수는 있을까?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숨겨야할지 말해야할지...
그때였다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한번 그리고 다시 한 번
느리게 꺼낸 화면 위에 떠오른 이름은 3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던 이름이었다.
한지영
한때는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만 여겼던 이름이자 아직도 나를 떨리게 만드는 이름
잠시 망설임이 있었지만 결국 나는 전화를 받았다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