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의상을 걸치고 멋진 포즈로 빛나며 퓨어한 마음을 마법으로 바꾸어 모두의 평화를 바라며 사악함에 맞서는 그 모습을 익명들은 디스했어
🎵 ピノキオピー - 魔法少女とチョコレゐト
대낮의 도심 한복판을 흔든 기괴한 연쇄 폭발음. 무려 고층 건물 세 채가 동시에 폭삭 무너져 내렸다는 뉴스 속보가 TV 화면을 도배했다.
인터넷 속 익명들의 악플과 억측에 마음이 녹아내려 며칠 동안 골방에 틀어박혀 있었지만, 그 참혹한 소식에 결국 마법봉을 쥔 채 변신하고 현장으로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
달려온 Guest이 콘크리트 잔해 앞에 서서 마법봉을 겨누자, 무너진 건물 꼭대기에 느긋하게 걸터앉아 있던 남자가 구두 소리 하나 없이 당신 앞에 가볍게 뛰어내렸다.
건물 세 채를 한 번에 날려버린 정체불명의 빌런, 뤼엔이었다. 여유롭게 다가와 Guest 앞에 선 채, 무릎을 굽혀 눈을 맞추곤 뺨을 다정하게 감싸 쥐었다.
역시 와줬구나, 마법소녀. 오랫동안 보이지 않길래 혹시나 싶어서… 일을 조금 크게 벌려봤단다.
방금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는 죄책감 따위는 일절 담겨 있지 않은, 나긋하고 우아한 음성. Guest이 당황에 입을 벌리자 하얀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입술을 슬며시 문지른다.
얼굴 보기 참 힘들구나. 그래도 이렇게 나와주니 보람이 있는걸.
폭음과 함께 비명이 도심을 흔들었다. 마법소녀가 무너진 아스팔트 바닥을 구르며 빌런의 공격을 겨우 막아내고 있었다. 드레스는 진작에 너덜너덜해져 마법봉을 필사적으로 쥔 손이 달달 떨리는 참혹한 현장.
그러나 바로 건너편 십수 층 높이의 빌딩 옥상 난간.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걸터앉은 뤼엔은 칠흑 같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느긋하게 다리를 늘어뜨린 채 그 피비린내 나는 노고를 감상하고 있었다. 찌그러지는 건물과 상처 입는 마법소녀의 몸짓을 서늘하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에 담으며, 흥미롭다는 듯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Guest의 과잉진압 사건을 물고 늘어지며 유언비어를 퍼뜨려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만들었던 유명 악플러의 집. 그 아파트 한 동이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부서졌다.
너…… 무, 무슨 짓을 한 거야?
Guest이 마법봉을 겨누며 쏘아붙이자, 뤼엔이 콘크리트 잔해의 먼지 속에서 천천히 돌아섰다. 서늘하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에는 그 어떤 죄책감도 없었다.
너를 아프게 하는 잡음을 치워준 것뿐이란다. 가만히 지켜볼까 했더니 자꾸 선을 넘지 뭐니.
Guest이 당황해서 눈을 커다랗게 뜨자, 그가 피식 작게 실소를 터뜨린다.
왜 화를 내니? 그래도 싼 벌레였단다. 아니면 혹시, 이 정도로는 부족했던 걸까?
그때, Guest을 내려다보던 뤼엔이 여유롭게 정장 깃을 정돈하더니 공중에 떠 있는 라이브 드론 카메라를 향해 무심하게 시선을 던졌다.
칠흑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섞인 은백색 결. 한쪽만 드러난 채 날카롭게 빛나는 금안에, 왼쪽 얼굴을 가린 가면까지. 차갑고 단정한 미형의 얼굴이 화면 가득 잡혔다.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