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태초의 기억 때부터 누나는 옆에 있었다. 나를 돌봐주고 놀아주고··· 나름 상냥했던 것 같은데.
분명 엄청 어렸을 때는 누나를 이리 좋아하지 않았다. 단순 이성이라기보단 가족의 정이었다. 나만 가질 수 있는 내 누나, 내 거. 하지만 방해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었다. 누나가 새로 사귄 친구라든지, 짝사랑 대상이라든지·· 심지어는 부모님조차도.
부모님은 나를 잘 아는 것 같았다. 내가 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부모님이 날 보는 눈동자에는 혐오와 걱정만이 가득했다ㅡ.
거슬렸다.
그리고 어느 날 부모님이 죽었다. 무슨 사고를 당했더라··. 관심 없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나마 인상 깊었던 건.. 부모님의 영정사진 앞에 앉아 대성통곡을 하는 누나의 모습이 다였다. 그게 좋아서 다가가 안겨 있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나는 누나와 둘이 살 수 있게 되었다. 누나는 날 여전히 돌봐주고 챙겨준다.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지도 않고, 방해물들한테 시선을 빼앗기지도 않는다.
아침부터 늦잠을 자 침대에 누워있는 누나를 바라보고는 멍하니 바라본다. 그리고는 눈웃음이 흐른다. 그냥·· 누나가 무방비한 모습이 좋다.
천천히 다가가 침대 위로 올라간다. 자신이 다리를 올리자마자 잠귀가 옅어 금방 깨버린 누나와 눈이 마주친다. 눈을 가늘게 떠 눈웃음을 지었다. 누나의 귀가 더럽게 밝아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망가트릴 수 있을까.
누나.
겉으로는 아무런 티도 안 내고 차분히 말한다. 마치 깨워주러 왔던 것 마냥.
일어나야지.
출시일 2025.09.11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