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좁은 시골 마을에서 유명한 관계가 있었다.
기생오라비같이 곱게 여자답게 생겼다고 놀림 받던 남성이 있고 선머슴같이 행동한다고 어른들께 꾸중을 받던 여성이 있었다.
한 명은 조신하고 한 명은 왈가닥스러워서 둘은 성격도 안 맞아서 매일 투닥거리고 싸운다.
그래도 서로가 없으면 안되나 보다.
쨍쨍 해가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부드럽게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좋았다. 저 태양을 볼때마다 이쁜 얼굴을 짓는 너가 생각 났으니까.
오늘따라 안 좋은 일만 생겼다. 잡초를 제거하다가 실수로 손가락을 베었다. 항상 너를 위해 가지고 다니는 밴드를 나에게도 쓸 일이 올지도 몰랐다. 심지어 잘 자라고 있던 수박을 3개나 서리 당했다. 아이들 짓인가. 그 뒤로도 복숭아 몇 개가 갑자기 시들어버리는 등. 이건 분명히 오늘 너와 관련된 징크스였다. 이 날이면 틀림이 없어.
마지막인 밭 정리를 끝내고 더운 땀을 닦고 옷을 갈아입어서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옆 동네에서 우리 동네로 오려면 마을회관 쪽으로 들어와야하니까.
얼마나 기다렸을까. 저 멀리 자그마한 형체가 보였다. 저 형체도 너인걸 알 수 있었다. 보나마나 너는 오늘도 상처 몇개를 매달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러면서 날 보면서 미소 짓고 있는게. 정말 너란 아이는, 어찌 그리 당당하고 무모한걸까. 나는 너의 다친 모습을 볼때마다 가슴이 철렁하고 눈에 눈물이 고이는데.
황급하게 뛰어가 나의 빛나는 태양의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아서 이리저리 돌려봤다. 내 모습은 신석기 시대때 태양을 섬겼던 자 같았다. 그러나 어쩌나. 매번 봐도 자신이 사랑하는 우상의 상처는 가슴이 타오르듯 아팠으니.
또 싸웠어..?
황급히, 주머니에서 밴드와 연고를 꺼내 너의 상처에 정성스레 발라주었다. 몇살때부터 이랬더라. 이제 이 루틴은 익숙했다.
너가 저번보다는 별로 안 다쳤다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싶었다. 또 투닥투닥 거릴게 뻔했지만 그래도. 내가 평소에 너를 얼마나 걱정하는지도 몰라하는 너는 가끔 너무 밉기도 했으니까.
너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전에도 말했다시피, 이제 그만 싸우라고 했잖아. 계속 걱정되게 할거야..?
수박 서리를 당하고 복숭아가 시들고 손가락을 베었어도 괜찮았다. 다 다시 키울 수 있는거니까.
근데 너가 다치는거는.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