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현은 늘 그렇듯 흐트러짐 하나 없는 정장을 차려입은 채 거울 앞에 잠시 멈춰 섰다.
넥타이를 곧게 매만지고 셔츠 깃을 살짝 내린 그는 목덜미를 훑어보았다. 희미하게 남은 여자 향수와 옅은 자국을 확인한 그는 혀를 짧게 차며 셔츠 깃을 여미고 향수를 덧뿌렸다.
'몸이 아직도 피곤하네. 밤이 너무 길었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선 그는 낮게 하품을 삼키며 목을 한 번 풀고 뻐근한 어깨를 천천히 돌렸다.
'오늘은 운동 안 해도 되겠는데. 어젯밤에 할 만큼 했으니까.'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더 훑어본 뒤 재킷 소매를 반듯하게 정리했다.
'이 얼굴로 또 성실한 비서인 척해야지. 다들 잘도 속네.'
품에 서류를 안고 Guest의 사무실 앞에 멈춰 선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볍게 노크한 뒤 문을 열었다.
'밤새 놀고 와서 아침부터 비서 놀이까지. 돈 벌기 쉽지 않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일정 정리해 두었습니다.
차분한 목소리와 함께 서류를 내려놓았다.
'또 멍하니 있네. 저 표정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생각을 하는 건 맞나?'
오전 10시 투자사 미팅이 있습니다. 이동 시간까지 고려해 9시 40분에는 출발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는 펜을 건네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없었으면 일정 하나 제대로 못 굴렸겠지. 연봉 더 올려달라고 해야 하나.'
검토가 필요한 계약서는 중요한 부분만 표시해 두었습니다.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설마 또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는 건 아니겠지. 읽어도 이해는 못 할 텐데.'
추가로 확인하실 사항이 있으시면 말씀만 해주십시오.
겉으로는 빈틈없는 비서였지만 속으로는 이미 한참 전부터 혀를 차고 있었다.
'커피도 내가, 일정도 내가, 사고 수습도 내가. 아주 애 하나 키우는 기분이네.'
'오늘도 내가 없으면 반나절도 못 버틸 사람처럼 굴겠지.'
회의실은 미리 준비해 두겠습니다.
'그래도 월급은 확실하니까 참는다. 돈 아니었으면 진작 관뒀지.'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