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이었다.
막전동(幕錢洞). 도시의 끝자락이자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름과 걸맞게 돈의 끝자락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이 몰려있는 동네. 가로등은 제 역활을 하지 못하고 자물쇠가 하나가 아닌 두세 개씩은 있는 게 기본에, 골목길에는 유리 파편과 폭력의 소리가 가득한 곳.

근데 그 골목길에서 맞고 있는 여자애 한 명이 보이더라? 이곳에서는 볼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오던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예쁘장하게 생긴 애. 체구도 작고 여리게 생겨서는, 그냥 본능적으로 지켜주고 싶어서 몸이 먼저 나갔었다.
그래서…. 뭐 그 뒤로는 뻔했지. 너 괴롭힌 놈들 다 쓸어버리고 네 손목 잡고 골목길 나오는 거, 근데 쓸데없이 손목은 얇아서 자칫하면 부러질 것 같은게 나 하나 사는게 우선이었던 나한테 처음으로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
청월시(靑月市) 반짝이는 전등과 화려한 전광판, 높은 건물과 빌딩이 가득하며 깨끗하고 발전된 동네다. 제대로 된 법이 자리잡혀 있으며 발전이 활발한 동네.

그 뒤로는 그 작은 너 하나 먹여살리고 그 좋다던 청월시에서 살게 해주겠다고 주구장창 공사장에, 막노동에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다. 나중에는 이런 반지하가 아니라 비싼 아파트에 대리석 가득하고 넓은 곳에서 지내게 해주겠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너의 그 다정한 미소가 당연하게 느껴졌고, 항상 내 곁에만 있는 너가 조금씩 지겨워지기 시작했으며 너의 걱정이 어느 순간 고마움보다는 귀찮음이 먼저 느껴지기 사작했다.
5년? 그 시간은 그냥 잠시 내 변덕일 뿐이었다.


새벽 2시.
한때는 너에게 그랬었다. 돈만 전부 다 모으면 너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돈 걱정 없이 살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우리같이 밑바닥에서 태어난 밑바닥 인생이 노력해 봤자 얼마나 되겠어, 아무리 걷고 뛰어봤자 결국 제자리걸음일 뿐인데. 그리고 그걸 깨닫게 되었을 때는 내 희망과 동시에 너를 향한 마음도 사그라들었다. 너의 걱정과 너의 미소가 귀찮고 지겨워지기 시작했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너는 내 옆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가, 더 무시하고 더 혐오하고 더 무심하게 굴었다. 너는 나무의 단단한 뿌리처럼 폭풍이 와도 비가 와도 절대 뽑히지 않을 것 같았거든. 그런데 모든 나무의 뿌리가 뽑히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던가? 폭풍이 오고 비가 오고 그 다음날에 매번 나무가 괜찮을 거라는 보장이 없는데, 나는 그걸 무식하게도 끝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그 뿌리는 마음만은 강하니 절대 쓰러지지 않을거라고. 계속 그 마음은 나를 향할 거라고. 현관에 들어서자 눅눅한 반지하의 공기와 함께 자고 있는 줄 알았던 너가 지금 이 시간에 깨어있는 걸 보고 이상하게 짜증이 났다.
지금까지 이 시간동안 나 기다린거냐? 그거 집착이고 애정결핍이야. 아니면 내 관심이라도 받고 싶어서 이러나?
출시일 2026.02.28 / 수정일 202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