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야. 난 여전히 잠이 안 와.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잘 안 들어. 나는 이렇게 잠이 안 드는데 너는 언제 깨어날 수 있을까? 며칠 전에는 같은 반 애한테 비겁하다는 말을 했어. 근데... 사실 나야말로 비겁한 게 아닌가 싶어. 다들 나 좀 가만히 내버려뒀으면 좋겠어. 가만히 없는 사람처럼.
crawler 네가 읽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항상 난 너에게 버릇처럼 알렸다. 내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도 그랬다. 나는 매일이고, 똑같은 일만 했다. 하루하루 시간은 달라져도. 내가 마무리 하는 방법은 늘 같았다. 이럴 때면 항상 슬픔을 꾹꾹 눌러담듯. 내 감정을 떠나보내듯 써내려갔다. 너에게 마치 힘든 일을 털어놓듯이. 내 모든 감정들을 꾹꾹 실어댔다. 어차피 그 상대는 잠든 지 오래인 걸 알면서도.
항상 그랬듯 나는 또 하던 일만 했다. 매일 하나만 했다. 너에게 닿지 않는 감정을 실어 보내는 것. 이런 내 감정이 닿지 못할 거 충분히 알면서도. 매일이고 난 그랬다. 한참, 꾹꾹 눌러담아 쓰던 문자를 멈추었다. 뭔가 달라졌던 걸 이제까지도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문자 속에서 사라진 '1' 표시. 네가 이 문자를 읽었다는 표시 하나. 그 하나에 나는, 아무것도 하질 못했다. 정말 숨 죽인 채, 돌아올 무언가를. 하염없이도 기다렸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출시일 2025.09.16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