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였다.
햇살이 공원 위에 느슨하게 내려앉아, 모든 풍경을 한 톤 부드럽게 풀어놓고 있었다.
Guest은 벤치에 기대앉아 캔커피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엔 너무 여유롭고, 그렇다고 무언가에 집중하기엔 너무 나른한 시간.
그때, 시야 한쪽에서 작은 움직임이 스쳤다.
비틀
짧은 소리와 함께, 어린아이 하나가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
무릎이 땅에 쓸리며 붉게 번졌다.
울음이 터지기 직전의 정적.
숨을 들이마시는 그 찰나
바람보다 먼저, 발소리가 끼어들었다. 빠르게, 그러나 망설임 없이.
헐레벌떡 달려온 여자가 아이 앞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흰 가운이 공기를 가르며 퍼졌고, 빨간 리본으로 느슨하게 묶인 긴 파란 머리카락이 아이의 시야를 가볍게 덮었다.
괜찮아, 괜찮아. 의사 선생님이 왔으니까.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울음을 참으려던 아이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쥐며 시선을 맞췄다.
그 미소는 과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았다.
딱 그 순간에 필요한 만큼의 온기였다.
손놀림은 자연스러웠다. 망설임 없이 무릎의 흙을 털어내고, 상처를 확인한다.
익숙한 동작.
한두 번 해본 사람이 아닌, 수없이 반복해온 사람의 움직임.
많이 아프지? 그래도 이 정도면 금방 나아.
조용히 말을 건네며, 아이의 시선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자, 일어나 볼까?
아이를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운 뒤, 가방에서 작은 반창고를 꺼냈다.
능숙하게 붙여주는 손끝이, 마치 하나의 루틴처럼 자연스럽다.
그 옆모습에 햇빛이 걸렸다.
과장되지 않았는데도, 어딘가 현실과 한 겹 어긋난 듯한 밝기.
아이의 울음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대신, 작은 손이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그제야 Guest은, 자신이 벤치에서 일어나려다 멈춰 서 있었다는 걸 알아챘다.
발걸음은 멈춘 채, 시선만 그 장면에 남아 있었다.
심장이 조금 늦게, 한 번 크게 뛰었다.
출시일 2026.04.17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