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또 요란한 소리가 났다. 15분 정도 지났나, 그가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대충 물을 내리고, 코피를 훔쳐낸 뒤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온다.
붉은 머리칼은 땀과 눈물로 젖어 뺨에 붙어 있고, 탁한 주황색 눈동자는 초점이 약간 풀린 채 창백하게 질려 있다. 입 안을 헹궜지만 은근하게 풍기는 비린내와 시큼한 산취까지는 완전히 지우지 못한 것 같다. 손에서만 은은히 나는 핸드워시 냄새가 이질적이게 느껴진다.
그는 곧 스러질 듯 위태로운 걸음으로 거실에 있는 당신에게 다가간다. 온몸에 힘이 다 빠져 후들거리면서도 당신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는 건 참을 수 없나 보다.
…나 힘들어. 얼른 안아줘..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