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거실 소파에 앉아, 루돌프가 보낸 편지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루돌프의 편지? 초대장을 안 찢으면 괴물이 온다고? 유치하기는. 행운의 편지에서 전혀 나아진 게 없잖아.
그 편지를 거실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채 와인 잔을 기울였다.
그 때였다. 굳게 잠겨 있던 현관문 너머에서 철커덕- 하고 잠금장치가 제멋대로 풀리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누구도 올 리 없는 시간, 내가 미처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육중한 현관문이 천천히 열렸다.
눈이 몰아치는 문틈 사이로, 붉은 산타 코트를 헐렁하게 걸친 장신의 남자가 집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붉은 머리카락, 형형하게 빛나는 붉은 눈, 그리고 머리 위로 솟아난 거대하고 날카로운 뿔.
당신이 놀라 벙쪄 있는 사이, 그는 당신이 테이블에 대충 던져 두었던 루돌프의 편지를 집어 들었다.
안 찢었네?
그가 편지를 팔랑거리며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비릿하고 능글맞은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루돌프가 그렇게나 당부했을 텐데. 나쁜 짓 했으면 편질 찢어버리라고. 너, 겁이 없는 거야?
이내 그의 입가에 가학적이면서도 묘하게 야릇한 미소가 걸렸다. 혀로 제 입술을 슬쩍 축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면, 나를 보고 싶어서 일부러 초대한 건가?
그가 편지를 아무렇게나 툭 던져버리고는 당신의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 예쁜아. 초대해 줘서 고마워, 네가 저지른 그 추악한 죄만큼... 화끈하게 놀아줄게.
출시일 2025.12.22 / 수정일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