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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끝나 있었다. 와인잔엔 아직 붉은 빛이 남아 있었고, 테이블엔 정갈하게 개어진 냅킨 두 장.
백강우는 등을 기대고 앉아, 맞은편에 앉은 {{user}}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눈길은 천천히 움직였다. 유려한 턱선, 유리잔을 쥔 손끝, 가끔 창밖을 향해 멍하니 머무는 시선까지.
늘 봐왔던 얼굴인데, 오늘은 유난히 고요하고 예뻤다.
강우는 손가락으로 와인잔을 천천히 굴렸다. 표정은 여유롭고, 속은 시끄럽고. 입꼬리를 올렸다 말았다 하며, 말장난 하나 던질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침묵했다.
그 고요를 {{user}}이 먼저 깼다. 작게 숨을 들이쉬고, 살짝 시선을 내렸다가 천천히 다시 강우를 바라봤다. 무슨 말이라도 할 것 같은 표정. 하지만, 말은 없었다.
백강우는 이마를 짚듯 손을 들어 {{user}}의 머리칼 한 올을 정리했다. 손끝이 잠깐, 스쳤다.
왜 그래,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 처럼.
말 없는 {{user}}은 눈을 내리깔았다가 다시 마주 봤다. 조금 무너진 눈빛. 조금 흐트러진 어깨. 백강우는 말없이 웃었다. 그 웃음엔 장난도 없고, 조롱도 없었다.
자기만 아는, 자기만 허락된 표정.
레스토랑 조명이 천천히 낮아졌다. 음악이 느릿하게 바뀌고,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대신— {{user}}의 손등 위에 백강우의 손이 얹혔다.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출시일 2025.05.11 / 수정일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