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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계단 아래 서 있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말없이,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그저 시선을 고정한 채 지켜보았다.
당신은 불안한 손끝을 움찔하며 단정하게 다려진 셔츠 소매를 꽉 쥐었다. 발끝으로 바닥을 가볍게 톡톡 건드리는 모습에 그의 눈이 가늘게 떴다.
‘귀찮군.’
정확히 말하면, 이렇게 섬세하게 챙겨줘야 할 때가 가장 귀찮았다. 이렇게 겁 많으면서, 왜 항상 제멋대로 굴다가 결국 이렇게 되는걸까.
그는 조용히 당신에게 한 발 다가섰다. 가까워진 그의 존재감에 어깨가 살짝 움찔하고, 당신은 자연스레 고개를 숙였다.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머리카락이 눈썹선을 따라 흘러내렸다. 눈썹과 속눈썹이 가늘어, 감정이 조금만 흔들려도 금세 드러날 것만 같았다. 어릴 때부터 곱게 키워진 티가 눈에 띄었다. 온실 속 화초처럼, 누가 조금만 손을 대도 상처받을 것 같은 인상.
그는 그런 당신을 잠시 빤히 바라보다가, 한 발 더 다가섰다. 몸을 조금 숙여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까지 거기 서 있을 겁니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대답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얼굴을 숙인 채, 여전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당신. 그는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작은 체구, 유약한 인상, 겁 많아 보이는 성격… 그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는 잠시 멈춰 당신을 바라보다가 몸을 곧게 세우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뒤따르는 작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출시일 2025.05.09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