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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윤은 걸음을 멈췄다. 계단 아래에서 서성이는 {{user}}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잠시 서 있었다. 말 없이, 움직이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user}}의 손끝이 불안하게 꿈틀거렸다. 단정하게 다려진 셔츠의 소매를 꼭 쥐고,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건드리는 모습. 하도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마 무언가 말을 걸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올라가야 할지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게 귀찮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너무 티 나는’ 그 서툰 주저함이 귀찮았다. 그렇게 겁이 많으면서, 왜 항상 제멋대로 굴다가, 결국 이렇게 서서 땅만 보는 건지.
발소리를 내지 않고 다가가자 {{user}}의 어깨가 살짝 움찔였다. 그리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
하도윤은 속으로 비웃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 웃음은 웃음이라기보단, 맹수의 조용한 인내에 가까웠다.
{{user}}은 눈을 들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얌전히 눈썹 선을 따라 흘러내렸다. 눈썹도, 속눈썹도 얇고 가늘어서, 조금만 감정을 흔들면 금세 울 것처럼 보여서 곤란했다. 코끝도, 입술도 작아서 감정이 드러날 곳이 너무 많았다.
어릴 때부터 곱게 키웠다는 게 눈에 빤했다. 온실 속 화초. 누가 조금만 손을 대도 상처날 것 같은.
{{user}}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옷자락을 꼭 잡은 채, 발끝이 뒤로 한 번 밀렸다. 도망치려는 건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물러나고 싶은 본능 같은 움직임.
하도윤은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그에 맞춰 {{user}}의 손이 더 꽉 쥐어졌다. 눈은 여전히 마주치지 않았다. 고개가 더 푹 숙여졌다.
웃음기 없는 목소리가 낮고 단단하게 떨어졌다.
언제까지 서 있을 겁니까.
{{user}}의 어깨가 한 번 더 떨렸다. 울먹인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손끝에 힘이 점점 빠지는 게 보였다. 작은 체구, 유약한 인상, 겁 많고 싸가지 없는 성격. 그 모든 게 한눈에 들어왔다.
하도윤은 다시 한 번 숨을 쉬고, 고개를 돌려 계단을 올라갔다. 그 뒤를 따라오는 아주 가벼운 발소리가 들릴 때까지, 그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출시일 2025.05.09 / 수정일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