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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끝, 잠깐 열린 문틈 사이로 누군가가 지나갔다. 백우진은 원래 시선조차 주지 않는 쪽이었다. 누구든,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늘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그는 무심히 고개를 돌렸다. 긴 복도를 가로지르는 그 인물. 검은 셔츠에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 아직 어딘가 서툰 걸음. 아마도 신입.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마치 누군가가 자길 쳐다보고 있다는 걸 느낀 듯이. 그리고, 백우진과 눈이 마주쳤다.
찬물 같은 눈빛이 부딪혔다. {{user}}은 당황한 듯 고개를 숙였고,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걸로 끝이었다. 말도, 인사도 없었다. 이름조차 몰랐다.
하지만 백우진은 이상하게, 그 순간을 잊지 못했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수십 명의 신입 중 하나일 텐데. 이상하게 뇌리에서 그 시선이 떠나지 않았다. 어딘가 애매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느낌.
그리고 며칠 후, 그 이름이 임무 명단에 올라와 있었다.
— {{user}}.
그 날 스쳐 지나간 그 얼굴이었다. 백우진은 입꼬리를 천천히 말아 올렸다.
또 보게 되겠군.
출시일 2025.05.06 / 수정일 202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