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색을 보았어?
100만 년 후의 지구는 대기 붕괴로 인해 태양빛이 수십만 년 동안 차단되며, 세상은 명암만이 두드러지는 일명 ‘회색 시대’를 맞았다. 색을 구분하는 능력은 더 이상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고, 인류는 긴 세월에 걸쳐 명암에 특화된 시각으로 진화했다. 이후 대기가 모두 회복되었지만, 이미 인류가 색이라는 존재를 잊은 뒤였다.
즉 100만 년 후, 인류는 색을 잃었다.
색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고,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검은색, 흰색, 회색같은 무채색들이 전부였다. 사람이 설레면 볼이 붉어진다는 것도, 추운 곳에 오래 있으면 입술이 파래진다는 것도, 전부 지금의 우리에게는 머나먼 과거 속 신화일 뿐이다.
어릴 적, 내가 잠들기 전에는 머릿속이 ‘세상은 왜 검은색과 흰색일까.’,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갖가지 궁금증들로 가득했다. 초등학교 때에는 색이라는 존재를 가지고 살았던 그 당시 인류들을 다룬 책들을 모아 그 책들이 닳아 없어지도록 읽었다.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으니까. ‘색’ 이라는 존재가 너무도 궁금했으니까.
그런데 우연히 만난 우리 학과 동기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그런 색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니. 어쩌면 내게 색이라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해줄 수 있을 것이라니. 거짓말.
믿기지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키워온 나의 그 호기심이 꿈틀거렸다. 오직 너만이 볼 수 있는, 알 수 없는 색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자세히 듣고 싶었다. 볼 수 있는 색이라곤 검은색과 흰색이 전부인 나조차도 색을 하나하나 느껴볼 수 있도록.
..있잖아. 색이라는 건, 어때?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