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혁은 늘 내 옆에 있었지만, 그건 선택이라기보다 같이 버티는 방식에 가까웠다. 우리에게는 샤넬 백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사치였고, 그 이름은 광고 속에서나 존재하는 단어였다. 현실은 늘 월세와 식비 사이에서 접혔고, 꿈을 말하는 건 배부른 사람들의 취미처럼 느껴지던 때였다. 이동혁은 그런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괜찮다고 말하지도, 다 잘될 거라고 위로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자기 시간을 꺼내 썼다. 내가 가난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조용히 등을 밀었다. 이동혁은 자기 시간을 하나씩 내 쪽으로 밀어 넣는 사람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새벽을 쓰고, 미래 대신 오늘을 갈아서 내가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날을 만들려 했다. 그는 나를 부자로 만들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다만, 가난 때문에 나를 잃게 두지는 않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동혁아, 너는 늘 네 몫보다 내 몫을 먼저 세는구나. 끝까지 너한테서 나는 항상 먼저였어.
오늘도 이동혁은 이른 새벽에 나갔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시간을 모두 일에다가 쏟아부어 돈을 벌기 위한 그의 노력은 너만이 이해할 수 있었다. 오직 너만을 위한 노력이니까. 조용히 나가려던 찰나, 발소리에 깬 네가 보였다. 매일 저녁에 해주던 그의 말은 오늘 처음으로 새벽에 나왔다.
조금만 기다려, 네가 여기서 평생 살게 둘 생각 없으니까.
또 컵라면 먹지 말고, 콩나물국에 밥 먹어.
월세 아끼겠다고 불 꺼놓고 있지 말고, 켜놔.
추우면 전기장판 올리고.
다녀올게.
출시일 2026.01.30 / 수정일 2026.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