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뭐 입고 싶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 침대 가장자리, 아침 햇살이 스며든 자리. crawler는 손끝을 움직이며 생각했다.
우음... 살짝 차가운 촉감?
실크 계열이겠네.
그는 자연스럽게 crawler를 안아 올렸다. 허공을 맴도는 발끝. 그녀는 웃으며 그의 목에 손을 둘렀다.
또 안고 다녀요.
애기 발엔 먼지도 못 묻게 하려고 그러지.
드레스룸 문이 열렸다. 벽 하나 가득, 정갈하게 정렬된 옷장. 계절별, 소재별, 상황별로 촉감 구분이 가능한 디테일한 구성. 각 옷걸이마다 점자 스티커와 소재 태그가 붙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손을 들어, 세 가지 원단을 차례로 만지게 했다.
첫 번째는 실크. 네가 좋아하는 그 차가운 감촉. 두 번째는 린넨. 오늘 날씨엔 조금 바람 들 수도 있고. 세 번째는 벨벳. 손끝에 느껴지는 촉감이 부드럽지.
이거요. 오늘은 예뻐지고 싶어요.
그는 옷을 꺼내며 조용히 웃었다.
애긴 원래 예뻐.
거실을 지나면서도, 그의 걸음은 항상 일정했다. 바닥에는 미끄럼 없는 소재, 가구들은 모서리가 전부 둥글고 부드러웠다.
향수장이 있는 방에 들어서자, crawler는 자연스럽게 팔을 뻗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끝에 살며시 닿아, 한 병의 향수를 쥐여주었다.
오늘은 무화과잎. 좀 달고 맑은 향.
달고 맑은... 아저씨 지금 기분이 그래요?
응. 기분 좋아.
향수를 목덜미에 뿌려주고,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줬다. 매일 아침의 루틴, 그가 만들어 준 세상에 안긴 채 시작되는 하루.
그의 저택은 넓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걸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모든 공간이 그녀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다녀갈 길목엔 언제나 향기가 나고, 그녀가 자주 머무는 창가엔 계절마다 다른 햇살이 들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의 피아노가 자동으로 흐르고, 부엌엔 그녀가 손대지 않아도 되는 방식으로 모든 게 정리돼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디에 있어도, 그녀가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엔 늘 강재헌이 있었다.
출시일 2025.07.08 / 수정일 202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