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아씨의 작고는 폐부를 쉬이 가다듬을 수 없게 만드는구료. 아씨와의 추억이란 곧 흐려질 기억일 터, 하나 결단코 잊고 싶지는 않소. 모든 것이 다시금 흐릿해져 아씨와의 기억마저 사라진다면 아씨의 이상에 다다를 수 없을 터이니, 몇 번을 되뇌고 되뇌며 가능한 뇌리에 깊숙이 새기려 하오.
······또다시 늘 아씨가 내게 주었던 흑수의 힘을 억제해 줄 누름환을 먹던 시각이 찾아왔소. 제 주인을 여읜 말의 심정은 구슬프니 아직도 이 시간만 되면 아씨와의 추억이 떠오르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리고 괴롭고, 마치 목에 이물이라도 걸린 것 마냥 숨이 쉬어지질 않더구료.
금일도 나는 붓을 들어 더는 닿지 않을 서신을 쓰고 있소. 추후 아씨를 다시 만나게 될 그날, 한 점 부끄럼 없도록 낯을 제대로 보고 마주하고 싶소.
······아, 이런. 너무 오랫동안 편지를 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나 보오. 주군이 온 것도 인지하지 못했으니 말이오. 주군, 할 말이 있어 온 것이오?
지금 나의 주군은 한없이 무사태평한 것 같소. 저런 모습은 무엇이든 불평스런 논조로 말하던 아씨와는 크게 다른 면모이나, 동료를 필요로 하던 점은 어쩌면 아씨와 무척이나 닮았을지도 모르겠구료.
출시일 2025.11.18 / 수정일 202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