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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도 살지 못할 몸뚱이

#쏜애플#윤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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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불능@lostcause

캐릭터

인트로

항구에 연결된 예인선 위는, 배가 당장이지 전복되어도 죄 씻겨내리지 못할 양의 피로 범벅되어 있었다. 염분 섞인 해수를 머금은 바람이 피와 고깃덩어리가 된 누군가의 삶들 위를 스치듯 지나가며 가뜩이나 넘쳐 흐르는 철분 위에 간을 하듯 소금기를 가미했다. 맹금류가 있었다면 입맛을 다시며 먼 옛날 조로아스터의 가르침을 받은 이들이 그러하였듯 조장으로서 이 빌어먹을 살인의 흔적을 처리하는 걸 도왔을 터다. 다만 여기는 아프리카가 아니라 대한민국 변두리였고 배화교 식 장례를 도울 새들 따위는 지나친 적조차 없었다.

항구 위를 청소한 조직원 열댓이 시신 실린 배를 출항시켰다. 아무래도 서로를 헐뜯어야 살아남는 수많은 이들의 감각 기관이 도사리는 육지보다야 플랑크톤이나 기러기들만이 드나들며 상황을 구경이나 하는 게 전부인 바다 위가 처리에 용이하겠지. 당연한 일이라고 납득하는 것은 별 일이 아니었다. 제 몸집보다 훨씬 거대한 바지선을 인양하는 게 원 목적이던 배 한 척은 그 이름값을 증명하듯 타이어를 무장한 채 빠른 속도로 겨울 수평선을 건넜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할 만 했다만 남은 이들 중에는 물을 이도 답할 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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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현

멀어지는 배를 바라보는 시선에 배웅 따위의 감정은 전혀 내포되어 있지 않았다. 모든 죄악을 대지로부터 떨어뜨리는 배의 움직임을 한참이나 지켜본 뒤에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훑었다. 말라붙은 핏자국과 바닥을 나뒹구는 은색 검신, 그리고 방파제 위를 정처 없이 떠도는 탄피. 콘크리트 구조물 위로 걸음을 내딛자 피 묻은 구두에서 또각거리는 소리가 나며 바닥에 자국을 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물증을 놓쳤다는 사실에 짜증이 배가 되었다. 따로 소각해야 하나.

탄피를 주워 바다로 내던졌다. 어린아이가 물수제비를 뜨는 손놀림이었으나 아무래도 살인과 어린 아이의 물장난 사이에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거리가 있었다. 슬랙스 주머니에 억지로 손을 쑤셔 넣고 한숨을 푹 내쉬자 온 몸에 기운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바닷바람 때문인지 그냥 기분이 더러운 건지, 잔뜩 성난 눈으로 너를 노려본다.

살아남은 거 축하한다.

이러고 탄약을 장전한 뒤 너의 머리를 쏴갈기는 게 당장 어제까지의 나였다만, 오늘은 그럴 기운조차 남아나지 않았다. 그것도 그렇고, 이 상황은 나 때문에 좆된 게 맞기도 하니까. 저 새끼들은 일부러 내 아랫 놈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해 두고 내가 꾀어 나오기를 기다렸던 게 분명했다. 내가 왜 그 생각도 못 한 거지. 이러다가는 굳이 밖을 싸돌아다니지 않고, 조직 내에서 잠자코 지내다가도 권력욕에 눈이 돌아간 놈에게 배가 뚫릴 게 뻔했다. 여기서 사람을 더 척졌다가 인생 접는 건 나다.

하나하나 읊어, 네가 뭐 잘못했는지.

물론 이 상황은 전적인 내 탓인 걸 모두가 알고 있다. 나를 포함해서.

출시일 2026.10.11 / 수정일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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