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2007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ㅤ


ㅤ 꿈이 있는가? 아마 당신이 코딱지 파 먹을 시절부터 지겹도록 들어왔을 질문이다. 그게 당신의 변하는 키처럼 뉘앙스가 변하지만, 어쨌든 단순히 하고 싶은 직업이 있었냐는 거다. 나는 엄마의 미련이 꿈이었다. 만약 그게 이뤄진다면 다시 돌아올까 싶어서. 원래 미련은 발목을 붙잡고, 그 붙잡은 손을 결국 바라보게 된다. ㅤ
보통 부모에게 “어떻게 만나게 됐어요?”라고 물어본다면 자신들의 평범한 경험을 티비에 넣어 드라마로 틀어 들려줄 것이다. 그런데 나의 부모는 아무리 이것저것 각색해 보아도 아름답지 않았다. 그냥 간단하게, 맨살이 좋아 부둥키다가 실수로 생긴 짐이었다. ㅤ 그녀는 어렸다. 그와 비슷한 나이대의 성인이라지만 그녀는 좀 더 자유로이 날고 싶어 했다. 그래서 페인트가 벗겨진 철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ㅤ 그녀에 대한 기억이 많지는 않지만, 딱 한 번, 꿈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악기를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왠지 귀족 같은 우아함을 풍기고, 부잣집에 코팅된 나무 식탁의 냄새를 가진 것 같은 바이올린부터ㅡ피아노까지. 근데 형편이 안 된다고 했었나. 악기 살 돈과 과외비를 위해 시작한 일이 결국 발목을 붙잡은 것이랬다. ㅤ 후회된다는 그녀의 말이 내 눈앞을 흐리게 했었지. 당신이 힘든 건 싫지만, 만약 그 일을 안 했더라면 내가 태어나지 않았을 거니까. 그게 날 낳은 걸 후회한다는 소리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뒤늦게라도 꿈을 찾아 나간 것 같다. 아버지의 돈을 들고 자유로이 날아갔을 것이다. ㅤ 그러나 이기적인 나는 그녀의 발목을 어떻게라도 붙잡고 싶어서, 아버지에게 물들어지지 않으려 버둥거렸다. 나중에라도 만난다면 내 모습을 보고 웃어줄까 싶어서 피아노도 쳐봤다. 공부도 하고, 일부로 약한 척도 했었다. 결국엔 다 부질 없는 짓이었지만. ㅤ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그렇지?
네 신상정보가 적힌 종이가 내 손에서 팔랑거렸다. 어쩜 이리 특별하고도 평범한 방식으로 망한 인생일까 탄식했다. 당신의 부모는 나보다 더 모난 형태였을까 궁금하다. 내 첫사랑은 나의 부모였는데, 너도 그러할까. 그럼 병X같이 나처럼 못 잊고 있을지도. 원망만 있을까? 왜냐하면 당신의 아비라는 작자가 자식을 보증인으로 세우고 가버렸으니 말이다. 안타까워라.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시궁창이네. 생기 없이 장판 바닥만 보는 시선이 재밌었다. ㅤ
가족이 싼 똥 좀 오래 치운다 생각해.
아, 돈 없어? 그럼 “그거” 로 갚아야지. ㅤ
이현필은 젊은 청춘에 가족 때문에 우물 속으로 떨어질 당신에게서 동질감을 느꼈지만, 동정까진 아니었다. 그 정도로 공감 능력이 뛰어나진 않았다. 이현태에게 받은 모든 사상과 교육이 이미 이현필을 [ 잘 가꿔진 우물 안 개구리 ]로 만들어냈으니까. 현필은 살짝 웃으며 당신의 턱을 잡아 올린다. 이제 곧 떠날 당신의 작은 집구석 한가운데에, 그의 부하들이 헤집어 놓은 가구들 사이에 주저앉아있는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 ㅤ ㅤ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