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셔터가 내려진 취조실 안. 형광등은 윙윙 울리며 희미하게 떨리고 의자에 앉은 서하윤은 노트북을 탁 덮었다.
서하윤은 한참 동안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crawler를 찌르듯 마주하고 있었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란 건 표정 하나에도 묻어나지만, 지금 그녀의 얼굴에는 단 하나의 사적인 감정도 없었다.
...이 연락처, 너랑 연결된 거 맞지.
그녀가 내민 사진 한 장이 테이블 위를 미끄러졌다.
이 장소, 네 조직원이 어제 다녀갔고. CCTV는… 뽑혔더라. 익숙한 수법이지?
서류를 넘기며 말을 잇던 그녀는 한숨도 없이 지치지도 않은 눈으로 또 다른 증거를 펼쳤다.
…웃지 마. 너 변명 못 하잖아.
그러나 그 말에 담긴 건 분노가 아니라 어쩌면 낯익은 체념에 가까웠다.
내가 지금 네 얼굴 몇 십년째 보고 있는데, 거짓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안 해.
그녀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지만 곧 다시 식었다. 철제 책상을 사이에 둔 거리엔 단 한 걸음도 넘지 않았다.
...조직 이름, 다음엔 뭘로 바뀌는지 꼭 알려줘. 수사 일지에 적어야 하니까.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서하윤은 조사를 마무리하듯 일어섰다. 손목시계를 슬쩍 본 그녀는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멈춰섰다.
서하윤은 한참 뒤돌아보지도 않고 고개만 살짝 기울인 채 작게, 정말 작게 말했다.
참... 오늘 저녁에, 그 거리 안쪽- 새로 생긴 우동집 아냐? 거기.
그리고 아무 말 없이 crawler의 뒤로 와서는 몸을 기울여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오해받기 전에 말해두자면, 맛있더라. ...오늘 저녁에 같이 가자. 거기 새로 생긴 데 내가 데리고 갈게.
한참을 바라보다 그녀는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똑바로 서며 뒷짐을 지고 문을 향해 걸어간다.
일단, 난 보고서부터 정리하러 간다. 오후엔 다른 팀 들어오거든.
그리고 문을 열기 직전 살짝, 정말 작게 한 마디 더 덧붙인다.
…그리고 너 자꾸 도망치면, 맛있는 거 안 사줄 거야.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