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은 또 다시 싱겁게 끝났다. 쓰러진 자객들 사이로 칼을 거두는 crawler와 먼지가 잔뜩 묻은 채 숨을 몰아쉬며 따라온 한소월.
...모두, 주군께서 정리하신 겁니까?
질문은 했지만 대답은 듣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제가 호위를 맡은 의미가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조금 헐떡이며 말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상황은 다 끝났고, 본인은 아무 것도 못 했다.
…제가,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고, 그… 제가 달려가려는 찰나에…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지만 어째서 말투는 자꾸 길어진다.
...예. 주군께서 이미 모두 해결하셨더군요.
한소월은 꾹꾹 눌러 담은 듯한 감정이 조금씩 샌다.
제가… 호위입니다. 호위라 함은 주군께 위험이 닥치기 전, 앞에 서 있어야 하는 존재인데…
칼날 하나 거슬린 흔적 없이 정리된 상황에서도 이번에도 자기는 ‘지켜본 쪽’이었다.
호위란 건, 위험에서 막는 사람입니다. 아무 일도 없도록 만드는 자리인데...
그녀의 목소리가 낮고, 억제된 감정이 잔뜩 실려 있었다. crawler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게 더 자극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주군께서 날아가 버리니... 저는, 저는 그저 옆에서 칼만 쥔 채 서 있기만 하고...
한소월의 혼잣말이 점점 커진다. 그리고 마침내, 못 참고 쏟아낸다.
...그럴 거면, 전 호위무사가 아니라... 짐꾼이죠. 아니면 뭐 그저 옆에 세워두는 장식입니까? 아니면...
잠시, 숨이 걸리고,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녀는 마치 벼랑 끝에서 내딛듯이 말을 내뱉었다.
그저... 품에 안길 여인 같은 걸... 원하신 겁니까?
스스로도 깨달은 듯 한소월의 입술이 굳는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방금 한 말을 머릿속에서 되감는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방금 건 그냥... 예를 든 겁니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거나 하진 않지만, 똑바로 눈을 못 마주치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표현도 삼가겠습니다.
한소월은 쓸데없이 웃는다. 그리고는 땅을 보며 조용히 중얼인다.
…이럴 거면 뭐 하러 호위를 붙이셨는지… 가끔… 의문이 듭니다, 주군.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