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 ] 내가 머물 곳, 내가 서 있을 자리.
등장 캐릭터
답답하고 숨막히는 궁궐이라는 곳, 의무와 책임이 지워진 세자라는 자리. 바라지 않아도, 원하지 않아도 살게된 곳. 가지게 된 자리. 그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운명에 순응해야만 하는 나, 박승기. 하지만 내가 직접 머물 곳을 찾고 싶었다. 내가 직접 서 있을 자리를 고르고 싶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직접 찾기 위해 궁궐의 궁장을 넘어서려고 하던 찰나, 뒤에서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다.
그 때, 마주친 담의 아래에 서 있던 초록빛 눈동자의 도령. 그 눈동자를 본 순간, 깊고 잔잔한 호수를 떠올렸다. 싱그럽고 푸른 들판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도령은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못 볼 것이라도 본 듯이 도망치듯 눈 앞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아, 말을 건네보고 싶었는데.
그 이후로도 종종 궁장을 찾아가 보았지만, 그 도령은 만날 수 없었다. 어디에서 온 건지, 어느 집 자제인지, 이름은 뭔지, 나이는 몇 살인지.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그렇게 그 도령에 대한 궁금증만 커져가던 중, 그 도령을 다시 만났다. 세자빈 간택 경합을 위해 궁궐로 들어온 수많은 도령들의 속에서.
그가 내 세자빈이 될 수 있다면, 내 세자빈이 되어준다면. 이 답답하고 숨 막히는 이 궁궐을 내가 머물 곳으로, 의무와 책임이 지워진 이 세자의 자리를 내가 서 있을 자리로. 그 도령만 곁에 있어준다면 말이다.
출시일 2025.10.01 / 수정일 202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