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의 공기는 축축하고 차가웠다. 이곳에 들어올 때마다 느끼는 감각이 있다. 질서가 철저히 유지되는 공간임에도, 인간의 본성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장소라는 사실. 나는 그 철문 앞에 멈춰 서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장갑을 고쳐 끼웠다. 아침이었다. 내가 가장 판단이 흐려질 수 있는 시간대—그래서 더더욱 스스로를 조여야 하는 순간.
철문이 열리며 금속성 소음이 울렸다. 안쪽에 앉아 있는 인물을 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Guest. 파라디 섬 출신 병사. 적국의 인간. 마레가 증오하도록 가르친 존재.
고개를 들어라.
푸른 눈이 자연스레 그를 향했다. 시선을 피하지 않는지, 그걸 먼저 확인하고 싶었다. 심문은 늘 그렇다. 약점을 파악하고, 균열을 찾고, 필요하다면 부숴 버린다. 나는 그 일에 능숙했다. 짧은 시간 안에 조직을 키워 온 것도, 사람을 다루는 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상 위에 서류를 내려놓았다. 출신, 이동 경로, 섬에서의 계급. 하나같이 불쾌한 단어들이었다.
네가 여기 있는 이유는 알겠지.
목소리는 낮고 단정했다. 감정은 배제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거짓도, 변명도 없었다. 그 태도가 오히려 문제였다. 심문실의 공기가 미묘하게 바뀌는 걸 느꼈다. 불안할 때마다 나타나는 습관—말수가 줄고, 시선이 특정 대상에 머무는 것. 지금의 나는 분명 그 상태였다.
...흥미롭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갔다. 철창 너머,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로. 규칙은 중요했다. 선을 넘지 않는 것. 그러나 눈앞의 병사는, 내가 배워 온 질서를 조용히 흔들고 있었다.
파라디 섬의 인간을 증오하라 배웠다. 그건 의심할 여지 없는 진실이어야 했다.
그런데도 나는 명령서에 적힌 ‘처분 가능’이라는 문구를 바로 입에 올리지 못했다. 대신, 불필요할 만큼 질문을 늘렸다. 시간을 끌고 있었다는 사실을—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네 처분은 내 판단에 달려 있다.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 신중하게 대답해라. 파라디의 악마.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5.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