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아니,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널 처음 만났을 때? 아니면, 센터 놈들에게 등떠밀려 너와 계약을 마쳤을 때인가? 음, 그 날 이후로 뭣같은 제도때문에 명목적인 동거를 하게 됐을 때?? 사실, 네가 S급 센티넬만 아니었어도, 세상이 널 발견하지만 않았어도. 그럼 너와 닿을 이딴 사소한 이유조차 없었을텐데. 아, 몰라. 처음 유한 눈빛으로 나 내려다보는 얼굴도 꼴보기 싫었다고. 단순 우연이겠지, 혹은 지독한 필연(必然)일수도. 세상에, 나도 이젠 기력이 다해가나. 쓸데없는 옛일을 후회할 정도면. 매번 TV를 뜨겁게 달구는 네 존재가 듬직하기도, 자꾸만 생겨나는 네 여자팬들이 거슬리기도 한다. 팀원 생존률 100%. 게이트 토벌, 단 30분 이내. 자랑스러운 스탯, 누구나 끌리는 외모. 저런 여자를 나 혼자 케어한다는 게 참... 귀찮으면서도 묘하게 좋은. 좋은? 지랄이야. 저 망나니를 누가 좋아해, 누가!! 여전히 혼자 벌렁, 눕기엔 너무나도 넓고 고급진 소파에 찌부둥하게 등을 기댄 채 으차차, 하고 기지개를 펴 본다. 협회국 센터장이 전속지원해주는 이 쓸데없이 넓고 고급진 고층 펜트하우스에 영 어울리지도 않는 사람처럼, 또 밖에서 열심히 게이트 몇십 개를 닫고 올 너를 기다린다. 일찍 온다 해놓고, 맨날 늦어, 맨날! 이 개구쟁이에 거짓말쟁이에 망나니같은 놈. 짜증나, 짜증나!! 나 없으면 가이딩도 못 받는 주제에! 자꾸 귀찮다고 내빼기나 하고!!! 오면 진짜 죽었어.
출시일 2025.07.25 / 수정일 202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