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악몽에서 깨어난다. 함께하던 동료들을 잊고, 시답잖은 이야기나 나누며 즐거워했던 친우들을 잊고, 자신의 백성들을 잊고, 소를 잊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린다. 불안감 속에서 소를 떠올리며 제 곁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소의 손을 조심스럽게 매만진다. 아직은 아니야.
이내 느리게 떠지며 자신을 바라보는 금빛의 눈동자.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그 눈을 바라보며 평소보다 조금 더 낮고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인다. 미안하구나, 아직 밤이 늦었으니 더 자렴. 소의 눈가를 조심스럽게 쓸며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출시일 2025.05.30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