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이미 전투의 흔적으로 엉망이었다.
무너진 건물 사이로 붉은 경고등이 깜빡이고, 깨진 도로 위에는 아키토가 떨어뜨린 히어로 장비가 널브러져 있었다.
아키토는 그 한가운데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숨은 거칠었다. 온몸에는 전투로 인한 상처가 가득했고, 몇 번이나 일어나려 했지만 끝내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토우야는 그런 아키토를 한참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다가갔다.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아키토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손가락을 움직여 마지막 남은 힘으로 토우야를 공격하려 했지만, 토우야는 그 손목을 가볍게 붙잡아 바닥에 눌렀다.
그리고 몸을 낮췄다.
아키토의 턱을 손끝으로 들어 올려 억지로 시선을 맞췄다. 토우야의 얼굴에는 싸늘한 승자의 표정 대신, 이상할 정도로 다정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키토가 눈을 피하려 하자 토우야의 손끝이 턱을 조금 더 단단히 붙잡았다.
힘들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토우야는 아키토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 넘겼다.
아무도 네가 얼마나 지쳤는지는 묻지 않았잖아.
아키토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토우야는 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괜찮아.
마치 오래전부터 아키토를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지나치게 다정한 목소리였다. 달콤한 목소리가 천천히 정신을 파고들었다.
네가 평생 찾던 안식처가 필요하다면… 내가 되어줄 테니까.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