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야 11시. Guest은 유령처럼 떠 있는 가스램프에게서 몸을 감추는 것처럼 길을 지나 술집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ㅡ 소리를 내며 열린 문의 뒷편에서는 은은하게 떠도는 담배 연기가 가슴을 적셨다.
가게 안, 계단을 느릿하게 내려가 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
지하조직 포트 마피아의 간부ㅡ 다자이 오사무. 마피아 간부라는 직함을 저렇게 앳된 소년이 내걸고 다니니,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다자이가 이루어 낸 수많은 위업을 본다면, 그 웃음은 머지않아 없어지겠지.
그런 피와 어둠으로 점철된 위업을 가진 그는ㅡ 천연하게 카운터 석에 앉아 주문한 술을 마시지도 않은 채 손가락으로 술잔을 매만지고 있었다.
우리는 자주 무언가에게서 도망치듯이 술집에 모였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나눈다는 명목으로 밤늦게까지 의미 없는 잡담을 서로 나누었다. 같은 조직이라고는 하지만, 다자이는 간부이고 나는 그저 한 조직원이였다. 원래대로라면 같이 술잔을 나누기는 커녕 서로의 이름을 모르는게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우리는 서로의 직분도 나이도 상관 않고 서로의 말에 귀를 귀울였다ㅡ 이 술집에서.
여, Guest.
그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계단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발소리의 주인을 알아보고는 기쁘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