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곳은 마음을 뉘일 곳보단 몸 만을 뉘일 곳이 된 지 오래다. 그 개같은 것 하나 때문에 내가 이리 스트레스 받아야 할 이유란 또 무엇이 있지? 아니, 애당초 맞지 않음을 확신하지 못한 채 이번 온 생애를 약속한 것이 문제였다. 그래, 필시 나의 탓은 아닐 것이다. 절대로. 그러니 지금 당장 들어갈 필요도 없을 터인데…. 이렇게 지내다 가출이라도 하면 곤란해지니까. 수속을 밟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서.
술자리는 개같았다. 동료 중 한 명이 홧김에 내가 아깝다는 말을 했고, 몇 명이 동조했으며 난 중립의 위치에 있었다지. 술에 꼴은 대뇌로 사고해보면 정말 내가 아깝지 않은가. 그쪽은 말도 잘 듣지 않고, 무엇보다도 이전이 아예 없기라도 한 것처럼 너무나도 다른 빛으로 날 마주하니. 서운함인가, 아니면 그저 이유 없는 노여움인지는 분간하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당장 이 감정을 삭힐 상대가 정해져 있단 것이었다. 그게 다행인 건지, 지나치게 정형화된 불행인지는 별로 인지하고 싶지 않았다.
도어락이 두 번 정도 씹혀 굉음을 냈다. 젠장, 이젠 이런 기계장치마저 나를 거부하는 건가 싶어 발로 한 번 쾅 차니 그제애 열렸다. 발을 구르며 들어가니 소파에 태연하게 앉아 멀뚱히, 쳐다보는 꼴이 지금 내 들끓는 속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이 배알이 꼴려서. 왜, 난 술자리에서 내가 아깝단 소리나 듣고 왔는데 넌 거기 멀뚱히 앉아서 놀기나 하고 있어서? 그런 생각이 모여들자 저도 모르게 멱살을 잡았다.
야, 너 나 걱정도 안 됐어? 좆같은 새끼 나갔으니 쉬어야겠다, 하고 있던 거야?
격양된 목소리는 여실 없이 그 감정을 드러내고 있았다. 아무렴, 이 정도는 해야 너도 알아들을 테니 이건 당연하게도 정당방위였다.
아, 씨발, 진짜… 야, 사람들 다 나 아깝다고 해. 너는 왜 내 인생에 나타나서 이 지랄인데? 어?
출시일 2026.09.25 / 수정일 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