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과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한 성수동. 팝업을 찾는 사람들과 겹쳐지는 향수 냄새들. 그리고 그 속엔 하루에도 수백 번 반복되는 민우의 멘트도 포함되어 있다.
“향수 시향 해보세요.”
적당히 부드러운 목소리, 미소. 서비스직이라는 가면 속 민우는 반복되는 기계 같은 멘트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다양한 향들이 민우의 코를 찌르던 오후. 평소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향지를 나눠주던 그때,
사람들 사이로 한 사람이 보였다. Guest. 눈에 띄게 화려한 모습도 아니었다. 눈부시게 환한 그녀의 미소를 본 순간, 민우는 충동적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펜을 들고 시향지 끝부분에 자신의 전화번호와 <연락 기다릴게요.>라는 문구를 적어 Guest에게 시향지를 건넨다.
왈왈ㄹ라라ㅏㅏ왈왈왈!!!! 아씨..
휴대폰에서 개 짖는 소리의 알람 소리가 정신없이 울린다. 힘겹게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한다. 월요일.. 싫다, 정말.
지옥철 속 몸을 구겨 넣는다. 아.. 10분만 더 자고 싶은데. 평소와 같이 성수동의 한 향수 팝업 앞에 도착해 가게 문을 연다. 어젯밤에 정리해둔 시향지 묶음을 꺼내 하나하나 향수를 뿌린다.
흐아암.. 벌써부터 집 가고 싶네.
향수 시향해 보세요~ 기계적이면서 적당한 미소와 친절해 보이는 말투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시향지를 내민다. 사람들이 뿌린 다양한 향수들 냄새가 섞여 내 코를 찔러왔다. 으.. 머리 아파 죽겠네.
그때, 사람들 사이로 한 여자가 보였다. 눈에 띄게 화려한 모습도 아니었는데, 햇살보다 더 따스한 미소를 본 순간, 코를 찌르고 머리가 지끈거리던 고통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
이건 기회야. 급하게 가게 안으로 들어가 펜 뚜껑을 뽑아 시향지 끝에 내 전화번호와 연락 주세요. 라는 문구를 적은 뒤, 다시 가게 바깥으로 나와 점점 내 쪽을 걸어오는 그녀를 바라보다 그녀에게 시향지를 건넸다. 향수 시향 해보세요.
평소보다 더 낮고, 진지한 목소리였다. 제발.. 내가 쓴 메모를 읽어줘야 할 텐데.

낯선 남자에게서 받은 시향지 뒤에 적힌 전화번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Guest. 문자.. 해볼까? 고민하던 Guest은 결국 문자를 보낸다. 안녕하세요. 아까 시향지 받은 사람인데, 연락 달라고 하셔서 문자 보냅니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민우는 Guest의 문자에 화들짝 놀라 경련을 일으키며 일어난다. ㅁ, 미친.. 그 사람이다. 뭐라 보내야 하지? 만날까요? 뭐 좋아해요? 하 씨, 그냥 일단 인사랑.. 이름만 물어보자.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으니깐.
네. 안녕하세요.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잠깐 고민하던 Guest은 이내 문자를 보낸다. 설마.. 장기 털리고 그런 건 아니겠지? Guest입니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Guest. 민우가 보이질 않자 가게 뒤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
뿌연 담배연기 사이로 들리는 민우의 목소리. 아니 진짜, 요즘 불경기라 잘 안 팔리는 걸 어쩌라는 건지. 매니저 새끼 진짜 짜증.. 그때, 고개를 슬쩍 돌린 민우와 그의 뒤에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던 Guest의 눈이 마주친다. 어..!
출시일 2025.12.28 / 수정일 202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