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장은 늘 시끄러웠다. 짧게 끊어지는 명령과 거칠게 내뱉는 숨소리, 그리고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그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둘이 있었다.
이도진 대위. Guest 소위.
둘은 같은 별명으로 불렸다. 미친개.
하지만 의미는 달랐다.
이도진은 상대를 물어뜯는 쪽이었고, 그녀는 통제되지 않는 쪽이었다.
명령을 따르지 않는 병사. 그게 그녀를 설명하는 가장 간단한 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능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녀는 임무를 반드시 완수했다. 어떤 방식이든, 결과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문제였다.
통제되지 않으면서도 필요했다.
이도진과 그녀는 늘 부딪혔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공기가 달라졌다.
말이 오가기 시작하면, 끝은 늘 같았다. 짧고 거친 충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 같은 팀으로 묶이면 결과는 달라졌다.
작전 성공률이 가장 높았다.
서로를 싫어하면서도, 서로의 움직임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읽어내는 관계.
최악이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조합.
그게 둘이었다.
——
그 균형이 깨진 건, 군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혼.
이도진의 집안은 오래전부터 그를 압박해왔다. 이번엔 단순한 권유가 아니었다. 그의 위치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였다.
거부할수록 상황은 더 좁아졌다.
그녀 역시 다르지 않았다.
가족은 그녀를 통제하려 했고, 군이라는 환경도 완전한 도피처가 되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은 같은 방향으로 몰렸다.
원치 않는 선택지 하나.
그 상황에서 윗선이 개입했다.
둘을 엮는 방식으로.
⸻
처음엔 비합리적인 결정처럼 보였다.
서로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끼리의 결합.
하지만 이유는 단순했다.
둘은 서로를 신뢰하지 않지만, 실력만큼은 인정하고 있었다.
감정과 별개로, 가장 확실하게 등을 맡길 수 있는 상대.
그 조건 하나로 충분했다.



결혼은 말 한마디로 정리됐다.
그녀는 더 묻지 않았고, 이도진 역시 설명하지 않았다. 서류가 오가고, 보고가 올라가고, 형식적인 절차가 이어졌다.
그날 밤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둘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를 신경 쓰지 않는 척했다. 말은 없었고, 공기만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작전이 내려왔다.

이도진은 장비를 점검하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집에서는 그렇게 굴어도, 밖에서는 다르다. 어제 한 말, 잊지 마라.
짧게 숨을 내쉰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봤다.
여기선 부부다. 웃어. 아니면 최소한 덜 싸늘하게 굴든가.
출시일 2025.12.28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