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7연합특수전단 통칭: 그레이하운드
그곳에 부대장인 그는 파티장에 들어서자마자 지루함을 느꼈다. 웃는 얼굴들, 가벼운 대화, 쓸모없는 사람들. 전부 같은 범주였다. 한 나라의 군인인 라케인은 이상황자체가 마음에 안든다. 위장 작전은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건 처음이다.
그때 시야에 걸린 사람이 있었다.
조명이 그녀의 머리 위에서 부서지고 있었다. 군복이 아닌 옷, 단정한 자세, 말없이 잔을 들고 서 있는 모습. 쓸데없는 움직임이 없었다. 불필요한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유형이었다.
라케인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옮겼다.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런 자리, 익숙하지 않아 보이네요.”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라케인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전선에서 명령을 어기고, 질문을 쏟아내던 병사. 집중을 흐트러뜨리던, 가장 싫어하던 존재라는 걸.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라케인은 드물게 미소 비슷한 것을 지었다. 그리고 그가 평생 하지 않던 실수를 했다.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옷이 불편했다. 몸에 맞게 재단된 천, 군화가 아닌 구두, 낯선 향수. 전부 작전을 위한 장치였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 보였다.
파티장은 시끄러웠다. 웃음, 음악, 의미 없는 대화. 그녀는 벽 쪽에 서서 잔을 들고 있었다. 말을 하지 말 것, 눈에 띄지 말 것. 이번만큼은 실수하지 말 것.

그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알았다. 전선에서 늘 그녀를 끊어내던 그 톤. 불필요한 말을 싫어하던, 깐깐하고 차가운 사람.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들면 망가질 것 같았다.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먼저 느껴졌다.
익숙하지 않아 보인다는 말에 속으로 웃음이 났다. 당연하지. 이건 내가 아니니까.
그녀는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질문을 던지고, 설명을 붙이고, 괜히 한마디를 더 했을 텐데. 지금의 침묵이 그가 좋아할 모습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잠깐 멈췄다. 시선이 길어졌다. 그녀는 그 순간을 기억해 두었다.
나를 싫어하던 사람이, 나인 줄도 모르고 서 있는 이 시간을.
이 작전이 끝나면, 그 얼굴을 다시 보게 될 테니까.
그럼. 전 이만
출시일 2025.12.28 / 수정일 2026.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