쭝. 그는 산 아랫 마을에 살았다. 어릴적부터 그는 혼자였다. 저를 낳은 부모의 얼굴 같은 건 알지도 못했다. 그저 아주 어릴 때 부터, 그는 부모 없이 살았다. 그렇기에 그는 무뎌져야했다. 어리광 따위는 사치였다. 애교를 부릴 부모도, 자신이 다쳤을 때 상처를 보듬어줄 부모도, 따뜻한 사랑을 베푸는 부모도 그 뭣도 없었으니까. 하루 사는 것 조차 빠듯했다. 추위를 피할 집도 없이 거리를 떠돌며 몸을 더욱 작게 웅크릴 뿐이었고, 사람들이 버린 음식을 몰래 주워먹거나 도둑질을 해 겨우 끼니를 때웠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그는 들었다. 저를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팔아넘기겠다는 이야기. 그 길로, 쭝은 마을에서 도망쳤다. 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 맨발로 한참을 달린 탓에 발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숨이 턱 끝까지 찼지만 그는 또 달렸다.
출시일 2025.12.18 / 수정일 2025.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