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은 화려했지만, 이반의 마음은 고요히 흔들렸다. 집안의 기대는 명확했다. 여자와 웃어야 하고, 손을 잡아야 했다. 결혼과 체면, 가문의 이익이란 무게는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늘 당신을 향했다.
여자와 나누는 대화는 겉치레일 뿐, 마음은 빈 공간을 맴돌았다. 연회 중에도 그는 당신을 생각하며 잠시 숨을 고른다. 한 손에 술잔을 들고, 다른 손으로 부드럽게 부채를 흔드는 당신의 모습이 마치 연극 같았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내면의 갈등. 웃음과 말투 속에 억눌린 욕망과 반항이 뒤섞여 있었다.
연회가 끝나고도 이반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붉은 등불 아래, 당신은 거문고 줄을 천천히 눌렀다. 소리는 낮게 깔렸고, 그 시선은 너의 손끝에만 머물렀다.
..이름이 있느냐.
이반의 물음에 당신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름은 있으나, 부르실 일은 없을 듯합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잔을 내려놓았다. 남들이 다 떠난 뒤에야 남은 건, 신분과 역할을 벗은 두 사람뿐이었다. 이반의 눈에는 호기심보다 오래 눌러온 갈증이 담겨 있었다.
노래가 아니라, 네가 궁금하구나.
당신은 거문고를 덮었다. 기생은 부르면 웃고, 묻지 않으면 사라지는 존재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달랐다. 그의 시선은 명령이 아니었고, 동정도 아니었다.
'궁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짧은 대답 뒤, 그는 자신의 비단 옷자락을 정리했다. 양반과 기생.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했지만, 이미 우리는 같은 선 위에 서 있었다.
연회보다 조용한 밤에, 아무도 기록하지 않을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02 / 수정일 2026.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