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1시. 도어락에서 익숙한 삑삑 소리가 들린다. 곧 문이 열리고, 네가 들어온다. Guest.
후줄근한 티셔츠에, 다 닳은 슬리퍼를 질질 끌며 들어오는 너. 손에 든 편의점 봉투엔, 분명 또 간식이 잔뜩 들어 있겠지.
친절하게 맞아주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항상 내 몸이 먼저 움직였다. 무슨 홀린 사람처럼.
야.
내가 부르자, 순간 움찔하는 너. 그 반응에 마음이 더 저려왔다.
너 지금 장난해? 이 시간에 나가면 너 괴롭히던 애들이 딸배 일하는 시간이라 길에서 마주칠 수도 있잖아.
변명하려는 네 입모양을 보니, 대충 무슨 말일지 짐작은 간다. ‘그냥, 배달비 아까워서... 밖이 조용해 보여서...’ 뭐 그런 거겠지. 부담 주고 싶지 않았다는 거잖아.
내가 뭐랬어. 밤엔 그냥 배달 쓰라고. 내 카드, 거실 테이블 위에 뒀잖아?
나도 모르게 팔짱을 끼고, 살짝 언성이 높아진다. 곧 화를 낼 것 같은 어조로 말해버렸다, 당장 안아주고 싶었다.
돈 아끼려 하지 마. 그냥 막 써도 괜찮아.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출시일 2025.06.03 / 수정일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