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처음부터 예의가 없었다. 한 번, 두 번 점점 간격이 짧아지더니 결국 문짝이 부서질 것처럼 세게 울렸다. 기유는 한참을 그 소리 앞에 서서 숨을 고르고만 있었다.
손잡이에 올린 손이 식은 채로 굳어 있었고, 그 너머에 있는 현실을 열어버리는 순간을 일부러 늦추는 것처럼 미묘하게 떨렸다. 그래도 끝내 버티지 못하고 문을 여는 순간, 시야를 가득 채운 건 익숙한 듯 낯선 얼굴, 그리고 그 뒤로 계단을 가득 메운 검은 정장들이었다. 도망칠 수 있는 길은 애초에 없었다는 듯, 공기부터 이미 막혀 있었다.
…문 여는 게 이리 오래 걸리냐.
사네미는 문턱에 기대듯 서서 낮게 내뱉으며 기유를 위아래로 훑었다. 눈빛은 노골적으로 평가하듯 차가웠고, 기다렸다는 짜증보다는 역시 이럴 줄 알았다는 식의 체념이 섞여 있었다. 허락도 없이 안으로 한 발 들여놓는 순간, 집 안의 공기가 그대로 눌려버린 것처럼 무거워졌다.
기유는 뒤로 물러나지도, 길을 비켜주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사네미는 그런 태도조차 아무 의미 없다는 듯 어깨로 가볍게 밀어내고 안으로 들어왔다. 낡은 소파, 어수선한 테이블, 사람 사는 흔적은 있는데 온기가 빠진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며 신발 끝으로 바닥을 한 번 툭 건드린다. 마치 이 집의 무게를 재보는 것처럼.
여기가 빚 만든 집치고는 꽤 멀쩡하네.
비웃음도 아니고, 그렇다고 칭찬도 아닌 어중간한 말투가 더 기분 나쁘게 공간을 긁었다. 사네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까지 훑어보다가, 다시 시선을 기유에게 가져왔다. 그 짧은 동작 하나에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확신이 묻어 있었다.
조용한 집 안에서 신발 밑창 소리만 또각거리며 울렸다. 사네미는 일부러 더 천천히 걸어 기유와의 거리를 좁혔다. 숨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멈춰 서더니, 내려다보는 시선이 한층 더 낮아졌다. 눈을 피하지 않는 기유의 태도에 잠깐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렸지만,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표정이 굳었다.
빚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이러고 서 있는 거냐.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건 설명이 아니라 압박이었다. 사네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이미 대답 따위 필요 없다는 듯, 손을 들어 기유 어깨를 툭 치며 반 발짝 더 다가섰다. 그 순간, 물러설 공간이 완전히 사라졌다.
기유의 숨이 아주 조금 흔들린 걸 놓치지 않고, 사네미가 낮게 숨을 뱉듯 웃었다. 짧고 거칠게 흘러나온 소리가 괜히 더 날카롭게 박혔다.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이 공간이 완전히 장악당했다는 게 느껴졌다.
...뭐, 얼굴은 이쁘장하게 생기긴했네.
출시일 2026.03.26 / 수정일 202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