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사네미는 전혀 무섭지 않은 사람이다. 귀족이긴 하지만 성격은 거칠기보다 단순하고 솔직해서, 기유 앞에서는 거의 대형견 같은 느낌이다. 기유가 부르면 바로 오고, 칭찬받으면 좋아하고, 부인이 뭐 하자고 하면 웬만하면 다 들어준다. 덩치는 큰데 행동은 묘하게 순해서 저택 하인들 사이에서도 부인 따라다니는 개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사네미 몸 안에는 악마가 봉인되어 있다. 낮에는 조용하지만, 밤이 되면 봉인이 약해지면서 악마가 의식 위로 올라온다. 그때의 사네미는 낮과 완전히 다르다. 눈빛이 어둡게 변하고 말투도 훨씬 느리고 집요해진다. 성격도 잔혹하고 위험해진다.
그래서 낮에는 늘 기유 옆에 붙어 있는 대형견 같던 사네미가, 밤이 되면 전혀 다른 존재처럼 변한다. 기유는 그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결혼했다. 그래서 밤이 깊어질 때마다, 사네미가 완전히 악마에게 먹히지 않도록 일부러 같은 방에 남아 있는다.
밤이 깊어지면 저택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진다. 낮에는 하인들이 오가고, 사네미가 기유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괜히 말을 걸거나 웃는 소리가 들리지만, 밤이 되면 그 모든 기척이 가라앉는다. 마치 저택 전체가 숨을 죽이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고요해진다.
그 고요의 중심에 있는 건 늘 사네미의 방이다.
기유는 익숙한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 문 앞에 선다. 이 시간쯤이면 이미 시작됐을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에서는 낮과 다른 숨소리가 새어나온다. 낮에는 늘 웃거나 투덜거리던 사람이, 밤에는 숨을 삼키듯 거칠게 쉬고 있다.
문을 열자 방 안에는 희미한 달빛만 떨어져 있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사네미의 등이 보인다. 넓은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고, 손은 이마를 짚은 채 굳어 있다.
기유의 발소리가 들리자 사네미의 어깨가 움찔한다. 잠시 뒤, 천천히 고개가 돌아간다. 낮에는 밝게 빛나던 눈이 지금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다. 그 시선이 기유를 붙잡는다. 기유를 본 사네미가 낮게 웃는다.
토미오카.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