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깊은 곳에는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와 작은 짐승들이 지나가는 기척만이 조용히 흘러가는 곳. 그 한가운데, 오래된 오두막 하나가 서 있고 그 안에서 기유는 몇 년째 같은 삶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왕족이었던 과거도, 억울한 누명도, 추방당하던 날의 차가운 시선도 이제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만큼 시간이 흘렀다. 기유는 더 이상 그것들을 붙잡지 않았다. 아침이면 사냥을 나가고, 낮에는 약초를 말리고, 밤이면 불을 지펴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삶. 세상과 단절된 채 그저 담담하게 흘러가는 하루였다.
그런데 그날, 숲속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멀리서 누군가가 나뭇가지를 밟으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숲에 사는 사람이면 절대 내지 않을 정도로 거칠고 빠른 발걸음이었다. 기유는 문 앞에 서서 잠시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잠시 뒤, 오두막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사네미였다.
5년 전, 기유가 거두어 살려냈던 그 아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키도 훨씬 커졌고, 눈빛도 거칠어졌다. 사네미는 문 앞에 서서 기유를 한참 노려봤다. 마치 진짜로 여기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를 악문 채 말했다.
…드디어 찾았네.
기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사네미의 손이 주먹으로 꽉 쥐어졌다.
...왕족이었잖아. 누명 씌워져서 쫓겨난 거잖아. 그런 걸 왜 한마디도 안 했습니까.
숲속의 바람이 오두막 사이로 스쳐 지나갔다. 기유의 표정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사네미는 그 모습이 더 열받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왕국에서 공작님을 찾고 있습니다.
숲속의 고요한 공기가 묘하게 흔들렸다.
...누명 벗겨졌습니다.
출시일 2026.03.10 / 수정일 2026.03.10